“모든 팀의 미드를 다 이겨주겠다.”
지난 스토브 리그에 ‘폰’ 허원석은 ‘데프트’ 김혁규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란히 FA 시장에 나왔던 두 선수는 고심 끝에 다시 한번 한솥밥을 먹기로 했다. 7일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SK텔레콤 T1을 꺾으면 허원석은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는 셈이 된다.
5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킹존이 담원 게이밍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했다. 킹존은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했다.
올 시즌 킹존의 반등은 극적이다. 1라운드에는 손발이 맞지 않아 삐걱거렸다. 5승4패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이들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결국 8승1패의 호성적으로 상위권에 안착했다.
허원석은 그런 킹존의 상승세 한가운데 서 있다. 정글러 ‘커즈’ 문우찬과 호흡이 맞기 시작하자 훨훨 날아올랐다. 넓은 챔피언 폭은 킹존의 전략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야스오-그라가스 조합으로 3승을 챙기는가 하면, 라이즈로는 5전 전승을 거뒀다. 그는 올 시즌에만 19개 챔피언을 사용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도 허원석의 활약은 계속됐다. 1세트 5킬 6어시스트, 2세트 5킬 10어시스트, 3세트 8킬 10어시스트로 단 한 차례 데스도 기록하지 않았다. 2세트에는 라이즈로 종횡무진 움직여 세트 MVP를 수상했다.
킹존은 이날 승리로 SKT에 복수할 기회를 얻었다. SKT는 올 시즌 킹존이 이기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킹존은 1라운드 경기에서 자신들에 패배를 안겼던 그리핀, 샌드박스, 한화생명e스포츠 상대로 모조리 복수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SKT 상대로는 1, 2라운드 경기 모두 패배했다.
허원석은 자신의 손으로 SKT와의 시즌 세 번째 대결을 성사시켰다. 그는 다음 경기에서도 선전을 이어나가 “모든 팀의 미드를 다 이겨주겠다”는 김혁규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마침 맞상대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오랜 기간 미드라인에서 얼굴을 맞대온 두 선수의 대결, 이번 플레이오프 2라운드는 단순 승패 이상으로 많은 게 걸린 게임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