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갈하이’ 문예원 “배우로 맞이한 소중한 2살,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꿈”

입력 2019-04-05 18:44 수정 2019-04-05 19:10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리갈하이’(JTBC)에서 남설희 역을 소화한 배우 문예원.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자신을 뽐내기보다 작품 속 이야기에 완연히 녹아드는 배우가 있다. 그 배역이 딱 어울려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이 보인다면 연기자로서 더할 나위가 없을 테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배우 문예원(28)이 그렇다.

그는 지난해 영화 ‘곤지암’에서 공포 체험대 일원 샬롯 역을 맡아 몰입감 높은 공포 연기로 극의 흥행을 이끌었다. 지난 1월 종영한 ‘붉은 달 푸른 해’(MBC)에서는 철없는 엄마 미선 역을 맡아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리갈하이’(JTBC)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배우로서 2살이 됐습니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긴 호흡을 가져간 작품은 처음이라 걱정도 있었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컸어요. 생각만큼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어깨너머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리갈하이’(JTBC)에서 남설희 역을 소화한 배우 문예원.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극은 백전백승을 자랑하는 변호사 고태림(진구)과 법과 정의의 힘을 믿는 초짜 변호사 서재인(서은수)의 얘기를 다뤘다. 문예원은 극 중 재인의 대학 동기인 남설희 역을 소화했다. 부유한 집의 자제이자 커피숍을 운영하는 그는 수많은 이성에게 호감을 사는 인물로,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였다.

3일 드라마 종영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문예원에게서도 그런 특유의 명랑함과 유쾌함,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더욱 유연한 배우가 돼야겠단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진구 선배는 법정물 특유의 어렵고 긴 대사를 정확히 외워 오시면서 코믹함까지 녹여내셨죠. 연기를 디테일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됐어요. 정상훈 선배는 애드리브의 천재라고 할 만큼, 극의 빈 공간을 유연하게 메워 주셨고요.”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리갈하이’(JTBC)에서 남설희 역을 소화한 배우 문예원.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애를 먹은 부분도 있었다. 평소 성격과는 조금 다른 설희의 설정 때문이었다. 문예원은 “정말 털털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설희는 누구든 한눈에 반할 만큼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뽐내야 했는데, 민망할 때가 있었다. 다음에는 어떤 역할이든 더 유연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미소 지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툭툭 묻어났다. 문예원은 ‘노력’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그가 성실히 걸어온 독특한 삶의 여정을 살펴보면, 이 말이 더 깊이 다가온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4살. 현재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연기 시작 전엔 걸스 힙합을 베이스로 한 20명 댄스팀의 리더였다.

이전엔 골프 선수를 꿈꿨다. 골프를 배우기 위해 중학교 때 남태평양에 있는 섬 피지로 유학을 갔다 수학 회계 경제 등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준비했다. 돌연 진학을 포기하게 된 건 입시가 끝났을 때쯤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축제 무대에 올라 췄던 원더걸스의 ‘텔미’, 그 몇 분짜리 무대가 그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춤이 너무 좋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대학 진학을 바라셨어요. 철이 없는 거라고 자신을 다그치며 시간을 흘려보냈는데, 19살이 되자 너무 후회됐어요. 나중에 체력이 떨어지면 춤을 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포기하더라도 우선 해보자는 마음에 부모님께 춤을 추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쫓겨났죠(웃음).”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리갈하이’(JTBC)에서 남설희 역을 소화한 배우 문예원.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밖에서 생활하면서도, 회원들을 모아 댄스팀을 만들고 지역 행사와 학교 축제 등 숱한 무대에 올랐다. 그러던 도중 뇌수막염이 왔다. 수술을 받은 후 춤을 추기엔 허리가 많이 안 좋아졌을 때쯤, 어머니도 편찮으셨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부모님의 바람에 맞춰 대학 진학을 하게 됐고, 그때 택했던 게 연기를 포함해 예술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송연예과였다.

문예원은 “항상 내가 있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번 집중하면 무식하게 하는 성격이에요. 승부욕도 강하고요. 춤을 출 때는 온종일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냈고, 1~2학년 때는 학생회를 하고 부과대표를 하기도 하면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었어요. 소속사가 있기 전에는 혼자 캐리어를 끌고 숍을 다니며 활동했었어요.”

휴식이 필요할 때는 인라인 스케이팅이나 등산처럼 땀 흘릴 수 있는 활동적인 취미를 즐긴다. 사진전이나 미술관행을 즐기기도 한다. 사람을 좋아해 여행하기를 즐기는데, 유동적 스케줄로 인해 못 간지가 꽤 돼 아쉽다고 했다. 그의 남다른 연기 열정도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성정과 맞닿아 있는 듯 했다.

“연기는 사람이 가진 다채로운 면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강단 있는 성격의 설희가 돼보기도 하고, 때로는 미선이 돼서 모성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죠. 또 매력이 있다면, 단번에 성취할 수 없다는 점인 것 같아요. 수학 문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갈증이 남아서 계속 더 잘하고 싶은 것 같아요.”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리갈하이’(JTBC)에서 남설희 역을 소화한 배우 문예원.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학교에서는 최근 예술치료 교육론 강의를 특히 즐겨 듣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적 유치원 원장님이 꿈이었을 만큼 아이를 좋아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등 봉사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댄스팀 동료와 오랜만에 안무 영상을 찍어 조만간 인스타그램에 올릴 계획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삶을 여행에 빗댈 수 있다면,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는 다채롭고 알찬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는 “외향적인 아름다움도 좋지만, 내면에서 스미어 나오는 에너지를 갖춘,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음악을 좋아해 장르를 편식하지 않고 들어요. 국내 노래부터 힙합 레게 팝 클래식까지요. 가끔은 헤비메탈도 들어요.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제 평소 성격과 비슷한 푸릇푸릇한 청춘물도 해보고 싶고,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한복을 정말 좋아해서 매일 한복을 입을 수 있는 사극도 경험해보고 싶고요. 빨리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