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의 우문현답, “국회가 청문회 법은 안 고치고 왜 자꾸 서로 욕만 하나”

입력 2019-04-06 00:03

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 “국회가 청문회 법은 안 고치고 서로 욕만 하고 있다”며 “왜 남 탓만 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는 도덕성 시비를 가리는 곳이 아니다”며 “그런 문제는 사전에 더 촘촘히 걸러질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청문회에서 정책적으로 논란이 돼 보고서 채택을 할 수 없으면 임명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매번 반복되는 ‘청와대의 임명→청문회에서 도덕성 논란→야당의 보고서 채택 거부→청와대의 임명 강행→야당의 반발’이라는 잘못된 정치 관행을 국회가 나서서 고치자는 취지다.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 청와대와 국회에 검증을 강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도덕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국회는 정책적 역량 평가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나아가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경우 임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로 서로 생산적인 기준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인데, 기준은 만들지 않고 소모적인 정쟁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 의장은 ①철저한 사전 검증 ②국회의 권한 강화 ③실효성 있는 기준에 대한 합의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의장은 “우선 인사권자가 임명하기 전에 초기 단계에서 촘촘하게 검증해야 한다”면서 “도덕성 논란은 이미 걸러진 다음에 국회에 와야 한다. 청문회 법을 통해 그런 권한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단 국회로 넘어오면 정책 검증을 해야 한다. 논란이 있어 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을 정도면 보고서를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면 청와대도 당연히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보고서 채택이 안 될 경우 아예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청문회 법에 여야 합의로 반영하면 된다”고까지 말했다. 여야가 합의된 기준은 만들지 않은 채, 여당과 야당 자리만 바꿔가며 같은 형태의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효성 있는 기준 마련도 강조했다. 문 의장은 “청와대의 7대 기준에만 매몰되지 말고, 국회 차원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관행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못 지킬 기준을 자꾸 입안해서 엄격하게 기준을 만들어놓고, 실제로는 그냥 임명하면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며 “일단 만들면 지켜야 한다”고 했다.

청문회 논란은 매번 개각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5일까지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두 후보자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고, 청와대는 “더 이상의 낙마자는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청와대는 오는 8일쯤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청문회와 임명 강행을 두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당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였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된 장관급이 12명에 달한다”고 지적하자 노 비서실장은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문재인정부에서만 유독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노 비서실장은 “왜 예외적인 상황을 강요하냐”고 따졌고, 이 의원은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냐”고 되물었다. 노 비서실장의 마지막 대답은 “국회의 직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였다.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청와대의 잘못이 아니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국회가 잘못한 것이라는 뜻이다.

김판 박재현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