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5일 손학규 대표를 ‘찌질하다’고 비하한 이언주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저는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을 가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중앙당 윤리위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당 최고위원회에 통보했다. 송태호 윤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 의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 적 없다”며 “그의 언행이 당 지도부 및 당원들에게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원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들을 해당 행위로 봤다”고 덧붙였다.
당원권 정지는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 처분 가운데 ‘제명’ 다음으로 높은 수위다.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에 따라 이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공천을 받기 어렵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20일 한 보수 성향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4·3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창원에 상주하는 손 대표를 비난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당시 방송에서 “창원에서 숙식하는 것도 제가 볼 땐 찌질하다”며 “그럴 듯한 명분이 있을 때 절박하게 하면 국민들 마음도 동하는데, 아무 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하면 짜증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같은 당 소속 임재훈 의원은 “해당 행위이자 인신공격적 망언”이라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이후 일부 당원들이 당 윤리위에 이 의원의 징계를 요구했고, 이날까지 몇 차례 회의를 거쳐 징계수위가 결정됐다.
이 의원에 대한 중징계에 당내 반발이 일면서 이 문제가 바른미래당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경고 정도로 끝낼 일에 사실상 당원 자격을 박탈하는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며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보궐선거 참패 징계 1순위는 당 지도부”라며 “창피할 정도로 선거 참패를 당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희망을 못 주는 현 지도부가 먼저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게 어떻게 징계대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정도 발언을 제지한다면 외려 ‘내로남불’ 둥 단어를 타인에게 쓰는 것도 문제 삼아야 한다”며 “이 의원을 잡다가 야당이 정권을 비판할 언어 수단을 스스로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징계 사유라면, 도대체 ‘친문(친문재인)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시작한 국민의당은 어떤 태생적 오류를 갖고 있는 것인가”라고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