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삽시간에 커진 이유는…강한 바람 극심한 가뭄 때문

입력 2019-04-05 17:05
5일 강원도 속초시 한 폐차장에 차량이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탄 채 놓여 있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생에서 발생한 산불로 장천마을 곳곳이 화재의 피해를 입었다. 속초=김지훈기자 dak@kmib.co.kr

강원도 산불이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바싹 마른 산림과 태풍급 강한 바람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건조특보는 대기 습도가 몹시 낮은 상태가 계속돼 화재의 위험 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 때 발표한다. 실효습도 3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할 때는 건조주의보, 2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할 때는 건조경보가 발효된다.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을 비롯해 5일 강원도 영동지역은 건조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동해안 지역은 지난 겨울부터 최근까지 많은 눈과 비가 내리지 않는 등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난 4일에는 강풍경보까지 발령됐다. 지난 4일 오후 6시10분 기준 최대 순간풍속은 미시령 초속 35.6m, 속초 설악동 초속 23.4m, 고성 현내 초속 22.6m 등을 기록했다. 풍속이 초속 20m를 넘으면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 어려울 정도다.

산림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강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불이 퍼지기에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춰졌던 것이 강원도 산불 피해가 커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영동지역은 봄철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부는 지역으로 산불 발생 시 대형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봄철 남고북저형 기압 배치가 주로 형성돼 태백산맥을 넘어 따뜻한 바람이 동해안을 향해 불어온다. 이를 흔히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이라 부른다.
5일 강원도 속초시 장천마을 한 창고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생에서 발생한 산불로 장천마을 곳곳이 화재의 피해를 입었다. 속초=김지훈기자 dak@kmib.co.kr

실제로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낙산사 산불을 포함해 1998년 이후 강원도 내에서 100㏊ 이상의 산림 피해를 입힌 23건의 대형 산불 중 동해안에서만 21건이 발생했다.

특히 동해안 산림은 불에 취약한 소나무로 뒤덮여 있어 거대한 화약고와 같다.

강원도현장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오후 4시 현재 산불 피해면적은 고성·속초 250㏊, 강릉·동해 250㏊, 인제 25㏊ 등 총 525㏊로 집계됐다. 애초 강릉·동해는 110㏊로 파악됐지만 집계 과정에서 피해면적이 250㏊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인명피해는 고성 사망 1명, 강릉 중상 1명 등 2명이다. 고성·속초지역에선 주택 125채, 창고 6채, 비닐하우스 5개 동이 불에 탔다. 강릉·동해에서도 주택 110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인제에선 창고 1동이 소실됐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