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55)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48)에게 40조원 이상의 아마존 지분을 넘기고 이혼하기로 했다. 동시에 매켄지는 세계 여성 부호 4위에 오르게 되면서 그가 엄청난 규모의 위자료를 받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켄지는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베이조스와의 이혼 합의사항을 게시했다. 트윗에 따르면 제프는 자신의 아마존 지분 중 25%를 매켄지에게 넘기기로 했다. 지분 가치는 358억 달러(약 40조 6000억원)로 추정된다. 매켄지는 아마존 전체 지분의 4%를 보유하게 됐고 제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와 함께 3대 주주로 오르게 된다. 다만 지분의 의결권은 제프에게 남겼다.
아마존에 대한 제프의 지배력은 별 타격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켄지는 로레알 창업자 손녀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로, 월마트 창업자의 딸 앨리스 월턴, 초콜릿 업체 마스그룹의 상속녀 재클린 마스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재산이 많은 여성 부호가 됐다.
매켄지는 누구? “아마존 설립에 큰 역할”
매켄지가 위자료 40조원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여성 부호로 떠오르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매켄지의 행보를 “결혼 장사”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켄지는 아마존 설립 당시 남편 제프 못지않은 공헌을 한 인물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한다.
매켄지는 아마존 사업 초기 회계를 책임지고 도서 주문과 출하 작업 등을 담당하던 인물이다. 제프가 뉴욕에서 시애틀까지 장장 2800마일 넘는 길을 달리며 아마존 사업 구상을 할 때 차를 운전한 이가 매켄지였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소설가인 매켄지는 ‘아마존’이라는 이름을 짓는 데에도 공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켄지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나에게 ‘비즈니스맨’ 기질은 별로 없지만 남편의 열정적이고 흥미로운 생각들에 귀 기울였다”며 “제프가 모험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동반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모험에) 함께 뛰어드는 것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 초창기에 매켄지는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했다”며 “그는 아마존을 작은 온라인 도서판매 사이트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변신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제프와 운전하며 함께 사업을 구상한 매켄지는 아마존 설립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본업은 소설가…“학창시절 최고의 학생”
현재 매켄지의 직업은 소설가다. 미 프리스턴대를 졸업한 매켄지는 2005년에 ‘루터 올브라이트의 시험(The Testing of Luther Albright)’으로 등단했고 2013년 소설 ‘함정들(Traps)’을 집필했다. 프리스턴대에서 매켄지를 가르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은 그를 가리켜 “내 문예창작수업을 들은 학생들 중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모리슨은 매켄지의 데뷔작에 대해서도 “희귀할 정도로 정교한 소설”이라고 찬사했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선 뒤 매켄지는 사업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서 소설 집필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을 쓴 브래드 스톤은 “매켄지는 확실히 사업보다 문학에 열정이 있었다”고 NYT에 말했다. 매켄지는 두 번째 소설인 함정들을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살면서 맞닥뜨리는 불행, 함정, 모순적인 사건들은 결국 우리가 가야할 곳으로 인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공감을 사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