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선거 성적표 받은 바른미래…당 주도권 다툼 본격화

입력 2019-04-05 16:25 수정 2019-04-05 16:37


4·3 보궐선거 투표일까지 잠복해 있던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바른정당 출신 사이 갈등이 선거 참패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분출했다.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세력과 당을 흔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지도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보궐선거 다음 날인 5일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차라리 깨끗이 갈라서자”는 발언도 나왔다.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 3인은 이날 회의에서 일제히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지도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했으면 한다”며 “그게 싫다면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중 진보 성향과 호남분들이 많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에게 공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지금 우리는 지향성을 잃고 헤매는 대한애국당과 다를 게 없다. 올바른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득표율 3.57%의 의미는 국민들이 바른미래당을 향해 ‘지금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이에 맞는 지도부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현 지도 체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새 출발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진로와 관련 명확한 좌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발도 거셌다. 이찬열 의원은 “최악의 패배는 맞다”면서도 “객지에서 한 달 동안 숙식한 당대표, 소수정당이라는 한계 속에 당 존재감을 살리혀고 애쓴 원내대표가 잘못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며 “국민들은 우리는 콩가루 정당으로 본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이제 깨끗이 갈라서서 제 갈길 가는 게 서로를 위해 낫다”고 작심 발언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갈라서자’는 표현 같은 극한 발언을 삼가자는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지금은 지도부 흔들기가 아니라 단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이 단 한 번도 제대로 단합된 적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손 대표도 공개 발언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뭉쳐야 하며 당을 흔드는 시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을 구성하는 양대 축 사이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다음주 초쯤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진로, 지도부 거취 등 문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