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VS 빈집 증가…누가 이길까?

입력 2019-04-06 07:55

광주·전남지역에 ‘집값 인상과 빈집 증가’라는 사상 초유의 기현상이 뚜렷하다.

주택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내리고 있지만 도무지 양립할 수 없는 경제적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대표적 부촌인 광주 봉선동과 수완지구 등에 치우쳤던 집값 상승은 요즘 광주 외곽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정작 집값 상승의 발화점이 됐던 해당 지역은 주춤하고 있지만 그동안 소외됐던 부도심 등이 상승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반면 광주의 노후 아파트 단지나 전남지역 주택시장은 어느 때보다 찬바람을 맞는 신세다. 인구감소와 이농현상으로 집값이 곤두박질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좌우됐던 거래가격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전통적 경제원리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례적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5일 광주전남연구원에 따르면 해마다 빈집이 폭증해 광주는 6.6%, 전남은 14.3%의 주택이 흉가처럼 버려져 있다. 최소 10집 가운데 1곳 정도는 빈집으로 방치된 셈이다.

현재 광주는 광역시 중 가장 많은 3만3569채,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만9799채가 비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광역시인 광주의 경우 아파트 가격은 수년간 하늘 높을 줄 모르고 폭등하고 있지만 빈 아파트가 무려 2만7710채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역시라고 하지만 반경이 15㎞도 되지 않는 도시에서 빈집이 3만채 가까이 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1년 사이에 2억~3억원 하던 아파트 가격이 1억~2억원씩은 거뜬히 오르는 기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광주지역 집값은 지난해 말 정점을 찍은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급등세에서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여론이 많지만 거래가격 폭등을 이끌던 봉선동과 수완지구 등의 집값은 고공행진 속에서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이에 비해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수촌이 들어선 광산구의 집값은 들썩이는 추세다.

지난 3일로 D-100일을 맞은 세계수영대회 선수촌은 오는 7월5일 개촌 예정이다. 오는 5월말 준공을 앞두고 현재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광산구 송정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25개동 1660세대의 선수촌은 각종 부대시설 설치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일대 아파트 거래가격이 상승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일주일새 0.76%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광산구 집값은 부동산 집중 모니터링지역 지정, 9·13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한달 간 거래량은 48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595건에 비해 줄었다. 한국감정원의 거래량 분석이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를 넘어 인상 조짐이다. 학군과 생활편의시설이 일부 아파트는 1~2% 상승세가 여전하다.

여기에 지금까지 상승탄력을 받지 못한 광주 운암동 벽산블루밍 메가시티 등 광주 외곽지역 아파트도 상승대열에 합류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벽산블루밍 2단지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4억3500만원에 거래된 전용면적 153㎡ 아파트가 지난 2월 6억5000만원에 팔렸다.

인근에 특별한 개발호재가 없는데도 1년 사이에 아무런 이유 없이 무려 2억원 이상 폭등한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 “나만 손해볼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일종의 가격 담합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아파트 2단지 전용면적 129㎡ 역시 지난해 4억500만원에서 올해는 4억6500만원으로 크게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2단지 600여세대에는 지난해 “학군과 지리적 여건이 최고인 우리 아파트가 가장 저평가되어 있다. 이사를 가면 정상가에 매매해달라. 만약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부동산업체는 고발 조치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제5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배포됐다.

이에 비해 광주의 강남으로 꼽히는 남구 봉선동 아파트의 매매 호가는 지난 3월 하락세를 보였다. 집값이 정점에 달한 지난해보다 약간 떨어졌다.

전용면적 84㎡의 봉선동 라인하이츠의 경우 지난해 3월 1억8000만 원 선에서 8000만원이나 뛰어올라 6개월만인 같은해 9월에는 2억6000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연말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 2월에는 2억5000만 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봉선동에서는 불과 500여m의 거리인 전용면적 84㎡의 동일평형 아파트 가격이 3억원과 9억원으로 무려 3배나 차이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 가격차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한쪽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거나 보합세에 접어들었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사려는 사람이 없어 빈 아파트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광주의 단독주택 빈집은 5405채, 빈 아파트는 2만7710채다. 5개 자치구 중 도심공동화가 심화된 동구가 전체 주택 수 3만3266채 중 빈집이 2496채로 빈집 비율(7.5%)이 가장 높았다.

주택 수와 빈집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북구로 15만4667채 중 1만853채가 비어 7%에 달했다.

전남지역의 빈집 증가현상은 더 뚜렷하다. 전남 단독주택 빈집 수는 5만7400여채, 공동주택 빈집 수는 5만1000여채로 전국 평균 7.3%의 2배인 14.6%의 공실률을 보였다.

도심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폭등이 이어지는 데 비해 광주·전남에서만 14만3368채의 집에 사람이 살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4인 가족보다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급증했다지만 2017년말 기준 광주 인구가 146만, 전남 인구가 190만명 등 총 336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가 더욱 난감해진다.

광주 첨단지구 공인중개사 송정기(54)씨는 “신축 아파트는 오르고 노후 아파트는 가격이 내린다는 일반적 원인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며 “종잡을 수 없는 집값에 외부 투기세력의 거품까지 끼어 발생하는 특정시기의 기현상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