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탄 화마가 집어삼킨 ‘한반도 등뼈’…폭격 맞은 듯 잿더미

입력 2019-04-05 11:09 수정 2019-04-05 11:33


강원 동해안 지역을 집어삼킨 산불 피해가 하룻밤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영동지방뿐 아니라 부산 일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피해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다발 산불에 태풍급 강풍으로 피해 속출

지난 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한 주유소 근처 개폐기에서 발생한 산불이 ‘양간지풍’으로 불리는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었다. 개폐기에 이물질이 묻으면서 튄 불꽃은 봄철 건조한 대기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고성군 인근 마을과 주변 콘도에 이어 속초 시내까지 덮쳤다. 앞서 이날 오후 2시50분쯤에도 인제군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밤 11시46분쯤에는 강릉시 옥계면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게소 쪽과 동해시 망상동 일대로 번졌다. 강원도 일대 산불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고성·속초 산불로 주택과 창고 등 200여채가 소실됐고, 강릉 산불로 주택 110채가 불에 타는 등 재산피해도 늘고 있다. 이들 지역 산림 피해만 385㏊로 축구장 면적의 약 540배에 이른다.


영동뿐 아니라 부산 해운대 운봉산에서도 산불이 3번째 발생했다. 앞서 지난 3일 임야 20㏊를 태우고 18시간만에 꺼졌지만 불씨가 되살아나 6시간만에 불길을 겨우 잡았다.

정부는 강원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일원에 5일 오전 9시를 기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역에는 재난경보 발령을 비롯해 인력과 장비 물자 동원, 대피 명령, 응급 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조치가 이뤄진다.



◇소방당국 진화작업 사투…강풍 당분간 계속될듯

산림청은 5일 오전 8시 30분께 강원 고성 산불의 주불을 잡았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으로 산불이 번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현재 잔불 정리작업이 진행중이다. 또 인제 지역 산불은 70% 가량 진화된 상태라고 산림청은 덧붙였다. 다만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 지역의 경우 진화작업이 여의치 않아 진화율이 20%에 머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강원 영동지방에는 강풍 경보가 발효됐고, 충남 서해안과 북부, 경상도 동해안에도 강풍주의보가 발효중이다. 5일 오전 8~9시 기준 미시령에는 최대순간풍속이 26.7㎧에 달했고,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는 속초(10.5㎧) 강릉 옥계(6.5㎧) 동해(5.6㎧) 지역에도 강풍이 불고 있다.

기상청은 “낮 12시까지는 서풍계열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고 그 밖의 지역에도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며 “동해안은 순간풍속이 20㎧, 강원 산지는 30㎧ 이상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