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강원도 속초의 한 주민이 5일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장사동 장천마을에 거주하는 김광규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집이 전소했고, 키우던 가축도 다 죽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밤을 대피소에서 보냈다. 전날 오후 7시17분쯤 강원도 고성군 야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건조한 대기와 강풍 탓에 빠른 속도로 옮겨붙으며 속초까지 번졌다. 속초 시민들은 밤새 진화작업이 벌어지는 동안 온정초등학교, 청소년수련관 등으로 대피했다. 김씨는 수련관에 묵었다.
김씨는 아침에 귀가해보니 집이 다 타버렸다고 했다. 그는 “집이 목조 철재 구조물이었는데 다 타버렸다”며 “완전히 다 탔다. 전소됐다”고 말했다.
불은 순식간에 마을 이곳저곳을 태웠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가 대피할 때 불꽃이 아주 멀리 좀 벌건 정도로 보였는데 15분 만에 불꽃이 폭탄 날아가듯이 날아다니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붙었다”고 했다. 이어 “불이 여러 곳에서 나서 통제가 안 되니까 혼란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에는 강풍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거센 바람이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바람 때문에 컨테이너가 날아갔다”면서 “정면으로 바람을 맞았을 때는 몸이 뒤로 밀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피해도 막심하다. 가축을 키워왔다는 김씨는 “토끼 30마리가 있었는데 다 죽고 서너 마리 정도만 남았다”고 했다. 또 “새도 많이 떨어져 죽어있다”면서 “불이 삽시간에 확 번져서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건물은 전소된 경우도 있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한다. 바람을 탄 불꽃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탓이다. 이 때문에 진화작업도 쉽지 않았다.
고성에서 발생한 불은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인근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씨는 속초로 번져 영랑동 영랑호 주변의 도기 업체가 전소됐고, 속초의료원 인근 폐차장도 잿더미가 됐다. 바닷가 쪽으로 번진 불은 장사동 일대의 공장과 가옥들도 태웠다. 속초와 고성에서 전소된 가옥은 125채로 잠정 집계됐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속초 시민 김모(61)씨가 고성에 거주하는 지인을 피신시키려다 숨진채 발견됐고, 중경상을 입은 환자도 11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인명·재산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고성 산불은 13시간 만인 5일 오전 8시25분 큰 불길이 잡혔다. 현재 인력을 투입해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 강원도교육청은 속초 초·중·고 25개 학교 전체와 고성 24개 중학교 전체에 휴업령을 내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