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방차 속초 집결…‘양간지풍’에 심각해진 산불

입력 2019-04-04 23:39 수정 2019-04-05 08:13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겉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독자 제공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4일 오후 7시17분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 변압기에서 시작된 불이 산으로 옮겨붙었다. 이날 산불은 초속 6~7m에 이르는 강풍을 타고 숲으로 옮겨붙으며 순식간에 일대가 화염에 휩싸였다.

■강풍에 진압 난항

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은 산불이 시가지 인근으로 퍼지자 인근 주민과 투숙객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산림 당국은 소방대원 78명과 펌프차 등 장비 23대를 긴급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강한 바람으로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해가 진 뒤라 진화 헬기가 뜨지 못해 진화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불이 난 고성군과 인접한 속초지역도 금세 화염에 뒤덮였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속초 시내까지 불길이 번지자 속초시도 이날 오후 8시14분쯤 바람꽃마을 연립주택, 장천마을 주민, 한화콘토 투숙객들에게 인근 청소년 수련관으로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안전 문자를 보냈다.

■소방청 3단계 대응 발령

소방청은 3단계 대응을 발령하고 진화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차원에서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8시31분을 기해 서울과 인천, 경기, 충북 지역 소방차 40대 출동을 지시한 데 이어 추가로 전국에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국 규모로 소방차 출동을 요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현장 지휘를 위해 현지로 출발했다.

오후 9시 44분을 기해서는 대응 수준을 2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3단계로 끌어올렸다.

화재 대응 1단계는 국지적 사태, 2단계는 시·도 경계를 넘는 범위, 3단계는 전국적 수준의 사고일 때 발령한다.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겉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이 국도 주변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큰 산불은 ‘양간지풍’ 때문?

영동지역은 봄철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부는 지역으로 산불 발생 시 대형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안 산림은 봄이 되면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어오고 불에 취약한 소나무로 뒤덮여 있어 거대한 화약고와 같다.

봄철 남고북저형 기압 배치가 주로 형성돼 태백산맥을 넘어 따뜻한 바람이 동해안을 향해 불어온다. 이를 흔히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이라 부른다.

영동지역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양간지풍이라고 불리는 바람은 초속 15m 이상 관측되고, 태풍에 버금가는 초속 46m도 기록된 바 있다.

이날 오후 6시10분 기준 최대 순간풍속은 미시령 초속 35.6m, 속초 설악동 초속 23.4m, 고성 현내 초속 22.6m 등을 기록했다.

고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