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수난시대’는 계속… 이제는 유망주 기용

입력 2019-04-04 22:00
마우리시오 사리 첼시 감독.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의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최근 8경기(6승1무1패)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월 맨체스터 시티에 당한 잉글랜드 풋볼 리그컵(EFL) 결승전 승부차기 패배가 전화위복이 됐다. 흐름을 제대로 탔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성공적으로 8강에 안착했다.

그런데도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을 향한 불신은 끊이질 않는다. 이번에는 선수 기용 논란이다. 첼시 유소년 출신으로 팬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칼럼 허드슨 오도이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대 1로 카디프 시티를 잡았던 지난달 31일, 첼시 원정 팬들은 오도이의 기용을 요구하며 사리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응원가를 불렀다. 로테이션을 하지 않고 조르지뉴를 무리하게 고집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정체된 선수기용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러한 첼시 팬들의 반응에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이후 첼시 팬들 사이에서 이렇게 반감이 크고 공개적으로 질타당한 감독은 처음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오도이를 중용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경질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사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이 뚜렷한 인물이다. 혁신적인 전술이나 많은 옵션을 추구하지 않는다. 짧은 패스를 통해 많은 볼 소유를 할 것을 요구한다. 수비 시에는 높은 라인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한다. 선수들의 특색을 바탕으로 전술을 구사하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틀에 선수들을 끼워 맞추는 성격이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의 기용 폭에서도 보수적인 편이다. 은골로 캉테의 포지션 변경과 조르지뉴 기용이 그 단적인 예다. 주전과 로테이션의 경계가 분명하다. 나폴리 감독 시절부터 그랬다. 신예들의 깜짝 기용을 선호하지 않는다.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3일 브라이튼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올리비에 지루와 득점을 합작한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랬던 사리 감독도 비판을 의식한 듯 보인다. 4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브라이튼과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홈경기에서 그러한 정황이 포착됐다. 자신이 직접 영입한 곤잘로 이과인이 아닌 올리비에 지루가 선발로 나섰다. 사리 감독의 기용 방식을 고려해봤을 때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그간 벤치 신세였던 오도이는 오른쪽 윙 포워드로 프리미어리그 첫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생애 첫 리그 선발 명단에 오른 오도이는 좋은 활약 속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특히 팀의 선제골을 도우며 프리미어리그 첫 어시스트 기록에 성공했다. 팀은 지루와 오도이의 활약 속에 3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사리 감독은 경질 논란이 끊이지 않자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의 불만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팬들의 신뢰를 당부하며 “올 시즌 첼시는 (모든 대회에서) 33경기를 이겼고 그보다 많은 승리를 가져간 팀은 맨시티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