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진 ‘노쇼’에 국회 정무위 파행…손혜원父·김원봉 충돌

입력 2019-04-04 17:49
4일 개최 예정이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피우진 보훈처장과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4일 예정됐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피감기관의 수장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위원회 성원이 됐음에도 의도적으로 회의 진행을 회피했다며 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회의가 무산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무위는 여야 간사 합의로 4월 4일 보훈처 업무보고를 받기로 결정하고 위원장 명의로 회의 소집 통보를 했지만, 보훈처가 일방적으로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 역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면서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으며, 민 위원장은 개회 정족수가 됐음에도 개의를 거부한 채 사회권을 넘겨달라는 야당 간사들의 요구에도 불응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정부기관의 불참으로 원천적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경우는 그 선례를 본 적이 없다”며 “유신시대에도 없었던 일들이 촛불정신을 계승했다는 문재인정부에서 이렇게 서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불참한 피 처장과 보훈처 간부, 민 위원장이 함께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정무위는 이날 보훈처를 상대로 손혜원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과 관련한 ‘특혜 서훈’ 의혹, 약산 김원봉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 추진 문제, 보훈처 산하 기관장 블랙리스트 논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할 예정이었다. 피 처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 나와 있었으나 정무위가 아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갔다.

정무위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당이 파행을 방치한 것은 누가 봐도 피 처장과 보훈처의 특혜 행정 문제 제기가 사실로 드러난 것에 대한 물타기”라며 “여당이 시간을 끌고 비호한다 해도 잘못된 보훈 행정이 덮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지상욱 의원은 “여당과 여당 출신 위원장의 이런 행위는 정권에 부담이 될 뿐”이라며 “하루 속히 국민께 떳떳하고 당당한 자세로 나와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피 처장이 법사위에 출석해 여야 의사일정 합의가 되지 않아 (정무위에) 불참했다고 한 것은 거짓 발언”이라며 “피 처장은 여야 간사와 위원장의 일정 합의에 따라 공식적으로 출석을 통보했음에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지적했다.

정태옥 의원은 “보훈처는 서훈 관련 자료와 회의록 공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서훈 문제, 손혜원 이슈,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있는데도 민주당이 자꾸 파행을 유도하는 것은 과도한 보훈처 감싸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손 의원은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경위 논란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제 아버지를 물어뜯는 인간들 특히 용서할 수 없다.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피 처장은 법사위 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유공자 선정 특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국민이 사실을 좀 잘못 알고 계시는 듯하다”고 말했다. 피 처장은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라고 이은재 의원이 묻자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한다. 유공자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심사위원회를 거쳐 서훈을 해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