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마르셀루의 활약이 예전 같지 않다. 현 세대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꼽히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던 전성기도 어느덧 저무는 모습이다.
레알은 4일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열린 발렌시아와의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에서 1대 2로 패했다. 마르셀루는 선발로 나섰다. 전임 감독 산티아고 솔라리 체제에서는 세르히오 레길론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으나 지네딘 지단 감독이 부임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그러나 이날은 마르셀루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됐다.
마르셀루는 수비보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전개되는 공격적인 연계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브라질 출신답게 뛰어난 볼 컨트롤 능력과 드리블을 바탕으로 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을 이끈다.
기본적으로 빈 공간을 포착하는 움직임이 뛰어나다. 마르셀루가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공을 몰고 가 동료 공격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나 크로스를 찔러주는 것은 레알의 가장 강력했던 공격루트 중 하나였다.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나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호흡이 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어떤 수비수와의 제공권 경쟁에서도 이겨낼 수 있으며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뛰어난 호날두와 마르셀루의 조합은 훌륭했다.
호날두가 떠나간 이후 마르셀루의 장기가 부쩍 줄어든 모습이다. 오히려 그 이면의 수비적인 리스크가 더 커졌다. 맞닥뜨리는 상대 역시 마르셀루의 약점을 어느 정도 분석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약점은 마르셀루가 세밀한 볼 전개를 위해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전진했을 때 있다. 그 순간 볼을 뺏어내 곧바로 왼쪽 측면으로 흐름을 전개한다. 마르셀루가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특별한 공수전환 없이 역습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그간 마르셀루로 인한 수비적인 리스크가 주목받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호날두가 일차적인 전방압박을 훌륭하게 해내며 상대 미드필더들의 전진을 제한했다. 그리고 카세미루는 특유의 활동량으로 넓은 커버 범위를 가져갔다. 현재 상황은 다르다. 호날두는 사라졌고, 카세미루는 마르코스 요렌테와 경쟁 구도를 맞이하며 경기력 기복을 겪고 있다.
전임 감독 솔라리가 마르셀루가 아닌 레길론을 중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레길론이 마르셀루보다 수비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선발로 합격점을 받았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레길론을 중용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단 감독은 잔뜩 위축된 마르셀루를 감싸 안았다. 발렌시아와의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마르셀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르셀루는 마르셀루다”고 밝혔다. 이어 “그를 믿고 있다. 여전히 중요한 선수이고 나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힘줘 말했다.
마르셀루는 이날 경기에서 옐로카드를 받으며 경고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6일 홈에서 열리는 에이바르와의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에서는 레길론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이제는 레길론이 지단 감독에게 보여줄 차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