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와 음식 이름에 ‘계집애’라는 단어를 넣어 음식을 판 식당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배달업체 측은 식당에 상호 및 메뉴 이름 교체를 권고했으나 사장은 되레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여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 식당은 주로 배달 전문 앱을 이용해 음식을 판매했는데, 상호와 메뉴에 ‘계집애’라는 말을 넣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계집애’라는 표현은 닭 계(鷄), 이을 집(緝), 사랑 애(愛)라는 세 글자를 붙여서 만들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식당 메뉴 중 매운 찜닭은 ‘화끈한 계집애’, 닭 반 마리 찜닭은 ‘반반한 계집애’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밖에도 ‘계집애 술안주’ ‘두 마리 계집애’ 등이 포함됐다. 사장은 손님의 리뷰에 “계집애는 원하는 거 다 해드림”이라는 글을 덧붙이기도 했으며, 메뉴를 본 손님들은 “반반한 계집애로 가져다주세요~”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 관련 게시글이 올라온 뒤 여성비하 비판이 거세지자 해당 배달 앱 회사에도 항의가 빗발쳤다. 앱 측은 1일 오전 이 식당에 상호와 메뉴 등을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식당 사장은 되레 화를 냈다. 한 손님이 남긴 리뷰에 “1분만 이 글을 봐달라”며 “닭을 사랑한다는 의미로 닭 계(鷄)를 붙여서 계집애라는 표현을 썼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상호와 메뉴를 변경하기 전까지 문을 닫게 됐다”라며 “이게 강간을 의미하고 여성을 비하한다는 반응은 좀 과한 것 같다. 전 재산을 털어 넣어 몇 달간 준비해서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이름 때문에 문을 닫게 돼 너무 억울하다. 정직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당신들에게 어떤 피해를 줬길래 모든 것을 날리게 하느냐”라고 분개했다.
사장의 답변에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메뉴 등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많은 네티즌들이 “계집애라는 단어는 여성을 명백히 낮게 보는 말인데 메뉴와 리뷰 답글에서도 다분히 고의적으로 사용됐다”며 분노했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이 찜닭집은 결국 1일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튿날인 2일에는 계집애에서 ‘계’를 빼고 ‘닭’을 넣어 상호 등을 바꿨다.
배달 앱 회사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네티즌들은 “업체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분을 검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여성 혐오를 지지하는 것이냐”라며 분노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업체 측은 “우리 회사는 여성 혐오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논란 이후 대처가 늦었으나,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