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바·스털링·발로텔리·투레… 그들이 분노한 이유

입력 2019-04-04 15:13 수정 2019-04-04 15:43
유벤투스 공격수 모이스 킨이 3일 칼리아리와의 이탈리아 세리에A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일까. 이민자 출신 선수들이 분노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의 발언 때문이다.

보누치는 최근 팀 후배 모이스 킨이 경기 도중 인종차별을 당하자 “내가 보기에 잘못은 50대 50이다. 킨의 세리머니가 상대 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그 뒤부터 이민자 출신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폴 포그바는 3일 SNS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모든 행동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고 적었다. 킨의 손을 들어준 의견이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라힘 스털링은 의견을 보탰다. 보누치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뒤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치른 유로2020 예선전에서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성 폭언을 들었다.

킨의 이탈리아 대표팀 동료 마리오 발로텔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 역시 킨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계 이민자다. SNS에 킨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었다. “킨, 보누치에게 내가 그 자리에 없던 것을 행운이었다고 전해. 너를 옹호하는 대신 그런 형편없는 발언을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사랑한다. 킨.”

유벤투스 공격수 모이스 킨이 3일 칼리아리와의 이탈리아 세리에A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들과 킨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 국적을 택한 이민자다. 포그바는 기니 출신이지만 프랑스 대표팀을 택했고, 스털링은 자메이카인 아버지를 두고 있다. 가나 출신의 발로텔리는 이탈리아 부모님에게 입양됐다. 킨은 코트디부아르 부모 아래에서 자랐지만 출생지인 이탈리아 국적을 선택했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출신 야야 투레는 잇따라 불거지는 축구계 인종차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지난 2일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 문제에 더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 나는 많은 인종차별을 당해왔다. 벨기에와 러시아, 이탈리아 원정이 특히 심했다”고 밝혔다.

킨은 3일 펼쳐진 2018-2019 이탈리아 세리에A 칼리아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경기 도중 칼리아리의 팬들이 자신에게 검은 피부를 조롱하는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것이다.

복수의 순간은 찾아왔다. 킨은 후반 40분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추가골을 기록하며 복수에 성공했다. 곧바로 칼리아리 서포터즈석으로 다가가 팬들을 노려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신이 당한 인종차별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