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몸짱’을 만들어준다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불법 유통·판매한 일당이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외국에서 밀수입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불법 거래한 전 보디빌더 김모(31)씨 등 1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합성한 남성스테로이드의 한 형태다.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세포 조직, 특히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빠르게 한다. 단기간에 근육량을 늘릴 수 있어 보디빌더나 헬스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번에 적발된 12명은 한 달에 2~3번씩 3년간 총 48회에 걸쳐 태국을 방문해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허가 없이 국내에 들여왔다. 태국에선 이 제품이 합법이어서 현지에 큰 약국 몇 군데를 정해놓고 거래했다.
이들은 국내에 의약품 도매상까지 차려 정상적으로 사들인 의약품과 태국에서 밀수입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함께 판매했다.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을 통해 보디빌더, 헬스장 트레이너, 일반 회원 등을 상대로 한 병에 7만~15만원 수준에서 팔았다.
이들은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나 현금 등으로만 거래하고 택배 장소를 옮겨가며 배송했다. 식약처는 압수수색 당시 거주지 등에서 발견된 스테로이드제품 등 시가 10억원 상당의 제품 약 2만개(90여 품목)를 전량 압수했다고 전했다.
개인 맞춤형 스테로이드 주사 스케줄을 정해주는 이른바 ‘아나볼릭 디자이너’로 알려진 이모(31)씨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 최초 아나볼릭 디자이너’라는 이씨는 주사액을 조합하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판매한 혐의가 포착됐다.
아나볼릭 디자이너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외에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간기능 개선제와 인슐린, 여드름 치료제 등 8~9가지 의약품을 섞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나볼릭 디자이너가 의약품을 조합하고 이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판매상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제제는 불임과 성기능장애, 여성형 유방화, 탈모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식약처는 불법 유통되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단속·수사뿐 아니라 온라인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불법 의약품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벌칙을 약사법에 신설할 방침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