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남 창원 성산에서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석패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의 표차는 504표에 불과했다. 개표 중반까지 1000여표차로 끌려가던 여 후보는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를 지켜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 후보는 개표가 완료된 이날 오후 11시30분 기준 4만2663표(45.75%)를 얻었고, 강 후보는 4만2159표(45.21%)를 얻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여 후보는 창원 성산구 사파동과 가음정동에서 강 후보와 격차를 벌렸고, 상남동에서는 근소하게 강 후보를 앞섰다. 특히 사파동에서는 1만92표를 얻어 8383표를 득표한 강 후보와 1700표가량 차이가 났다. 반면 강 후보는 반송동에서 여 후보를 1200표 이상 앞섰고, 중앙동과 웅남동에서도 우세했지만 막판 대역전을 허용하며 고배를 마셨다. 승부를 결정지은 504표의 격차가 사파동과 반송동에서의 두 후보 간 표차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 성산 지역에서 사파동은 노동자 밀집지역, 가음정동은 젊은층이 많이 살고 있어 정의당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은 이번 선거에서 이슈가 됐던 경남FC 주경기장이 있는 창원축구센터와 가까운 동네이기도 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경기장 유세 논란’이 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 때 선거유세를 하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회는 황 대표의 선거유세가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경남FC에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황 대표의 경기장 유세 논란이 확산되면서 보수층 역시 결집했지만 정의당은 ‘진보정치 1번지’의 명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통영·고성에서 ‘황교안 키즈’로 불리는 정점식 후보가 59.47%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한국당으로서는 막판 뼈아픈 역전 허용으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2석을 모두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