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계에 끼어…‘나홀로 출동’ 20대 노동자, 제지공장 참사

입력 2019-04-04 00:20
장항공장초지기전경. 한솔제지 장항공장 제공

2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입사한 지 1년 4개월밖에 안 된 사회 초년생이다. 공장 측은 기계 고장의 정도에 따라 입사 2년 차도 혼자 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충남 서천소방서는 3일 오전 새벽 5시쯤 충남 서천군 장항읍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작업하던 황모(27)씨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고 전했다.

한솔제지 계열사인 한솔 EME 소속인 황씨는 이날 근무자 2명과 함께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장항공장은 전기설비 2명, 기계설비 1명 등 3명이 1조로 4조 3교대 근무체제다. 황씨는 전기설비 유지업무를 맡고 있다.

황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완성된 제품을 옮기는 T2컨테이블 기기가 작동이 멈췄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고 당일 공장에는 전기설비 근무자 2명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고 현장에 혼자 출동했다.

공장 측은 “기계 결함 정도에 따라 혼자 출동하는 때도 있다”며 “사고 당시 다른 근무자가 뭘 하고 있었는지는 파악 중이다”라고 전했다. 장항공장은 근로자가 혼자 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운전설비 담당자 B씨에게 상황 설명을 들은 뒤,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30분 가량 계속됐다. 황씨가 컨베이어벨트 아래로 들어가 작업하는 도중 갑자기 기계가 작동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이 사고 현장으로 도착했을 때 황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사고 현장이 찍힌 공장 내 CCTV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공장 측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운전설비 근로자가 사고 현장에 있었다. 혼자 작업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B씨는 기계를 작동만 할 줄 아는 수준이었다. 완성된 제품에 테이프를 붙이는 일을 하고 있다”며 “수리 작업을 2명이 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진정이 되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