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남성이 조카 성폭행” 무고한 고모, 남편 감싸려?…경찰 수사

입력 2019-04-03 18:11 수정 2019-04-03 18:18
성폭행 가해자로 몰려 징역형을 살았던 남성(왼쪽)과 피해자. KBS '제보자들'

이웃 남성을 지적장애 조카의 성폭행 가해자로 무고한 고모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고모는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남편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덮기 위해 거짓 고소를 한 의혹을 받는다.

전남경찰청은 최근 억울한 누명을 썼던 남성 A씨(59)와, 피해 조카(22·당시 17), 조카의 동거인 등이 고모 B씨(56)를 무고·위증·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받는 등 고소장을 토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모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으며, 조만간 소환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사업차 내려간 전남의 한 시골마을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었다. 어느 날 A씨가 묵던 빌라 1층에 2층 주민인 B씨가 찾아왔다. 지적장애 2급 조카를 돌보고 있던 B씨는 대뜸 A씨가 자신의 조카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수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성폭행 가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그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B씨와 B씨 조카 입장은 확고했다. 이들은 조카가 혼자 있는 틈을 탄 A씨가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와 총 세 차례의 성폭행을 했고, 두 차례는 모텔로 데려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와 B씨 조카 등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A씨에 대해 성폭력에관한특별법을 적용,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후 2016년 11월 A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2017년 3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고한 A씨는 가족에게 “절대 합의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A씨 딸이 직접 사건을 추적했다.

A씨 딸이 보기에 경찰의 초동 수사는 허술한 점이 많았다. 피해자는 A씨 차량 내부의 위치를 전혀 다르게 기억했다. 성폭행 장소로 지목된 모텔은 범행 시기에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후 조카는 피해 장소를 5번이나 번복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A씨가 범인이라고 봤다. CCTV도 확보하지 않았다.

실마리는 A씨 딸이 오랜 노력 끝에 피해자와 만나며 풀렸다. 피해자는 고모 집을 벗어나 남자친구와 지내고 있었다. A씨 딸이 간곡히 부탁하자 피해자는 사건 전말을 털어놨다.

피해자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한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홀로 집에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따고 들어와 성폭행을 한 것 등 피해 내용에는 거짓이 없었다. 단, 가해자가 달랐다. 범행을 저지른 것은 피해자의 고모부였다.

고모 B씨는 술에만 취하면 조카를 폭행했다고 한다. 또 “1층 아저씨를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하라”며 “(말을 듣지 않으면) 장애인 센터나 감옥에 보내겠다”고 조카를 협박했다. 조카는 남자친구, A씨 딸 등의 설득 끝에 “1층 아저씨가 너무 불쌍하다”며 2심 재판 때 증인으로 나와 진실을 밝혔다.

2017년 9월,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고모부는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A씨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며 알려졌다. 이후 여러 방송에서도 다뤄졌다. 가족은 피해자의 고모가 ‘악마’라며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고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