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학살터 ‘도령모루’를 아시나요?

입력 2019-04-03 16:16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나쳤을 4·3의 아픈 역사 현장인 제주시 ‘해태동산’ 언덕 일대가 ‘도령모루’라는 옛 이름을 되찾게 됐다.(뉴시스 제공)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나쳤을 4·3의 아픈 역사 현장인 제주시 ‘해태동산’ 언덕 일대가 ‘도령모(마)루’라는 옛 이름을 되찾게 됐다.

제주시는 현재 해태동산으로 불리고 있는 곳이 4·3 당시 학살터로 확인된 만큼 이곳에 세워져 있는 해태상을 옮기고 옛 지명인 ‘도령모루’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적절한 장소를 물색해 해태상을 이전할 방침이다. 해태제과 측은 해태상 이전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도령모루’는 제주국제공항과 신제주를 연결하는 도로 중간 신제주입구교차로(7호광장) 부근의 언덕으로 해태제과는 1970년대 초 이곳에 해태상을 세웠다. 당시 4·3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금기시되면서 이후 자연스럽게 ‘해태동산’으로 불리게 됐다.

‘도령모루’는 옛날 양반집 도령들이 제주성을 오가면서 쉬어가던 고개라는 뜻과 함께 도둑이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길이어서 도령(盜靈)모루라고 불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곳은 노형오거리∼신제주입구교차로 구간에 도로가 개설된 뒤 2009년 도로명을 정할 때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도령로’라는 도로명을 살려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도령모루’ 지명 복원은 한국작가회의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지난해 한국작가회의는 이곳에 4·3유적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사)제주4·3기념사업회와 제주민예총은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3시까지 이곳 역사의 현장에서 ‘도령모루 해원상생 기원’ 행사를 개최한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