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인의 퇴직금에 붙는 세금을 줄여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기독교 내에서도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배종석 정병오 정현구)은 3일 성명을 내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기윤실은 “우리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한다“며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법이 생긴 것은 종교인들이 나서서 법 개정을 요청하고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해 온 운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종교인 납세를 반대하거나 퇴직금에 대해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일부의 주장이 과잉 대표돼 나타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종교인들이 이번 법안의 효과를 입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윤실은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된다고 해도 실제로 혜택을 받을 이들은 많지 않다”며 “평생 청빈하게 살면서 봉사의 삶을 살아온 종교인들에게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하는 성명 전문.
종교인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당당한 시민적 기여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소득세법을 고치려고 합니다.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해 2018년 1월 이후부터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소득세를 납부한 종교인에게는 환급까지 해주겠다고 합니다.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2018년 1월부터 시행되었으니, 종교인의 퇴직소득에 대해서도 그 시점 이후부터 과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말합니다. 2018년 1월 이전에도, 종교인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낼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해서도 소득이 발생한 전 기간에 걸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옳습니다.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법이 생긴 것은, 종교인들이 나서서 법의 개정을 요청하고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해온 운동의 결과입니다. 종교인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당당한 시민적 기여입니다. 지금 종교인의 납세를 반대하거나, 퇴직금에 대해 특혜를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일부 종교인들의 그릇된 주장이 과잉 대표되어 나타났을 뿐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된다고 해도 실제로 혜택을 받을 종교인은 많지 않습니다. 종교인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많은 소득을 올리고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이런 법안은 필요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 법안을 부결시켜 주십시오.
평생 청빈하게 살면서 봉사의 삶을 살아온 종교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분들의 삶을 한낱 숫자놀음으로 모욕을 줘서는 안 됩니다. 종교인은, 종교는 다르더라도, 돈이 아니라 뜻을 구하며 살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유하나 구부러진 길을 가는 사람보다는 가난해도 흠 없이 사는 사람이 낫다. (잠언 28:6)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종교인도 시민으로 기여하고 싶다”
입력 2019-04-03 15:54 수정 2019-04-03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