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으로 둔갑…‘2만명분 필로폰 밀수’ 태국인 일당 적발

입력 2019-04-03 14:00
국제 항공우편을 이용해 필로폰 밀반입한 태국인 검거 브리핑이 3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실시된 가운데 경찰관계자들이 필로폰 모형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재벌 자제들의 잇따른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2만명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태국인 마약 유통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태국 국적의 총책 A(36), B(30), C(27)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범행을 도운 C씨의 아내(28)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달 16일 라오스에서 국제항공 우편을 통해 필로폰 675g(시가 22억원 상당)을 태국산 비타민 제품으로 위장,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 항공우편을 이용해 필로폰 밀반입한 태국인 검거 브리핑이 3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실시된 가운데 경찰관계자들이 필로폰 모형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A씨는 지난 2월 정읍의 한 숙박업소에서 만난 B씨에게 “라오스에서 물건이 오는데 받아주면 전체 수익금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B씨는 지인 C씨에게 “마트에 배달된 물건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했고, C씨의 아내 등은 남편의 부탁으로 지난달 22일 정읍의 한 마트로 배송된 택배를 받아 운반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C씨의 아내를 추궁해 A씨와 B씨 등이 범행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당시 전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공항으로 발송된 택배를 미리 압수했다. 이후 광주세관과 협조해 우체부에게 위장 택배를 예정된 배송지로 배달하게 한 뒤 이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근무하는 경북 산업단지 등에 마약을 유통할 목적으로 필로폰을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밀반입한 필로폰은 2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검거 직후 한 소변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확인돼 필로폰 투약 혐의까지 추가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라오스에서 마약을 보낸 공급책도 뒤쫓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해외에서 유입되는 마약류 차단과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국내외 관계기관과 공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유미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