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할리우드 넷플릭스 배제는 독점”…스트리밍 시대 본격화

입력 2019-04-03 10:32
영화 로마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지난 2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시어터 기자회견장에서 3개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영화 로마는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다. AP뉴시스


미국 스트리밍 산업이 할리우드를 점점 더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스트리밍 산업 선두주자 넷플릭스를 영화산업에서 배제하는 것이 독과점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넷플릭스는 영화제가 아니라 TV 시리즈 시상식 참가해야 한다는 할리우드 전통주의자들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최고 권위의 영화상 시상식인 아카데미(오스카)에서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독점규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칸 델라힘 법무부 반독점국장은 넷플릭스가 수상할 수 없도록 오스카 수상의 자격 조건을 바꾸는 것은 독과점 관련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서면을 오스카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 전달했다. 델라힘 국장은 지난 3월에도 (넷플릭스와 같은) 경쟁자를 오스카에서 배제하는 것은 독점을 금지하는 셔먼(Sherman)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스카상의 넷플릭스 배제 논란은 넷플릭스 제작 영화 ‘로마’로 촉발됐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멕시코 배경의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그런데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영된 영화를 높이 평가하는 할리우드 전통주의자들이 스트리밍 영화가 오스카상을 받는 것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수상 자격을 얻기 위해 제한적이나마 극장상영도 했지만 반발은 계속됐다.

특히 오스카 시상식을 주관하는 AMPAS 이사회 일원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넷플릭스 작품은 텔레비전에서 상영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스카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앞서 수차례 주장해왔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레이돌비 볼룸에서 청중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스필버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TV 시리즈 시상식)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일주일도 안 되게 개봉한 영화들이 아카데미 후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소한 몇 주라도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에 수상자격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넷플릭스에 대한 세계 유수 영화제의 판단은 엇갈린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는 지난해 로마에 대상을 안겼다. 반면 칸 영화제는 여전히 넷플릭스 영화 상영에 소극적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