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빌라 3채에 비밀통로 설치한 상습 도박장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

입력 2019-04-03 07:46 수정 2019-04-03 07:55

주택가 빌라 3채를 사들여 ‘비밀통로’를 만들고 불법 도박장을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구입한 빌라를 옷가게와 가정집으로 꾸민 일당은 2층과 3층 빌라를 비밀계단과 통로로 연결하고 외부 곳곳에는 CCTV를 설치해 경찰 단속을 지능적으로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3일 주택가 빌라에서 주부들을 상대로 8개월여동안 도박장을 운영해온 혐의로 이모(58·여)씨를 구속하고 일당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7월 광주 운암동 한 주택가 빌라 2층과 3층 3채를 사들여 상습적으로 도박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 등은 도박장 인근 주민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사들인 빌라를 옷가게와 가정집으로 꾸몄다.

뿐만 아니라 외부 감시용 CCTV는 물론 단속 등에 대비해 3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탈출용 비밀계단을 만들고 옆 빌라와 통하는 구멍까지 뚫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2층 202호와 3층 302호는 수직 계단을 만들어 연결했다. 3층에 나란히 있는 301호와 302호는 사람이 기어가야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설치해 모두 하나로 연결되게 비밀통로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도박장 의심 신고가 7차례나 경찰에 접수됐지만 현장 적발이 쉽지 않아 단속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2월 국민신문고에 ‘주택가 빌라에서 도박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접수되고 인근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르자 현장 단속에 나섰으나 매번 허탕을 쳐온 것으로 밝혀졌다.

북부경찰서 이광행 경감은 “아래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만들고, 옆 빌라와 통하는 구멍까지 뚫어 도박장을 운영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도박장 단속을 위해 2개월여동안 잠복수사를 벌이고 지난달 27일 소방차와 소방구조대까지 동원해 도박현장을 기습적으로 덮쳤다.

비밀계단 등 도주로를 차단하고 창문을 뜯고 도박장에 진입한 경찰은 혼비백산 달아나는 도박장 운영자 이씨 등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일명 ‘꽁지’ 역할까지 해온 이씨가 도박장 내부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속칭 ‘카드깡’으로 6% 고리를 받으며 돈을 빌려주는 수법을 써왔다고 설명했다.

이씨를 구속한 경찰은 속칭 고스톱 도박을 한 주부 10여명을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