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게임업계의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에 동참했다. 넥슨, 넷마블과 함께 국내 게임업계의 빅3로 꼽히는 엔씨소프트에서도 공짜 야근이 사라지게 됐다.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한 국내 게임업체도 총 9곳에 이르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0월 중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해 1월 업계 최초로 유연출퇴근제를 시행하는 등 직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한층 성숙하고 발전적인 근로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포괄임금제란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사전에 정하고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만큼의 수당(고정연장수당)만 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업무 중 휴식시간이 긴 경비원이나 시설관리인, 수행 운전기사 등이 포괄임금제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1974년 포괄임금 계약을 인정한 대법원판결 이후 노동현장에서는 관행이 됐고 사무직에서도 이를 불법으로 적용했다.
특히 정해진 시간을 넘겨 초과근무를 할 경우 수당이 나오지 않다 보니 야근이 잦은 IT업계에선 ‘공짜 야근’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엔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IT업체들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거나 순차 적용하는 방향으로 근로문화 개선에 나섰다. 국내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이 이를 적용했고 네오플, 위메이드, 웹젠, 펄어비스, EA코리아 등도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엔씨소프트도 스마일게이트 노사가 포괄임금제 폐지안이 담긴 단체협약에 잠정합의하자 “현재 포괄임금제 폐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임금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포괄임금제 폐지를 두고 노동계가 환영하는 것과는 달리 중국 등 후발국가들에 한국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개발인력 확충이 힘들어지면 이미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 등이 한국의 게임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 업체 대표는 “우리나라는 게임 하나를 개발하면 많아야 100여명 정도 투입하지만 중국은 싼 인건비 덕에 게임 하나당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까지 투입한다”고 했다. 게임 개발 속도는 물론이고 비용에서도 중국과 경쟁이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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