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20% 벽을 뚫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정치 초년생인 그가 보수진영 내에서 안정적 입지를 구축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황 대표로의 쏠림이 심해질수록 보수의 역동성이 떨어져 외연 확장에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부정적 평가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5~29일 성인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2일 발표했다. 황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21.2%를 얻어 이낙연 국무총리(14.9%)를 따돌리고 1위를 기록했다. 황 대표가 20%대 선호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황 대표가 20% 선마저 돌파한 것은 그가 보수진영 내에서 안정적 입지를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후보를 한 번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황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이나 4·3 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황 대표의 20%대 선호도가 조정받을 여지도 남아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박근혜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황 대표의 국정 경험이 보수진영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치 초년생이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제도권 경험이 풍부한 황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탄핵 정국에서 총리를 지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恨)’을 풀어줄 인물로 각인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국 상황이 보수 결집으로 이어져 황 대표가 수혜를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센터장은 “‘김학의 CD 논란’ 등 여권의 공세가 황 대표에게 집중되면서 정권과 맞대결하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진영에 비해 차기 주자군이 많지 않은 보수진영 상황도 황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안 부재론’으로 황 대표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중도보수보다는 ‘태극기 부대’ 등의 입김이 강해진 당내 상황을 감안할 때 황 대표의 독주가 계속될 경우 한국당이 외연 확장에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치러질 보궐 선거는 황 대표의 독주체제가 지속될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이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2곳 모두 승리할 경우 황 대표가 보수진영 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한국당이 2곳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황 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이 2곳 모두 패배할 경우 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홍 소장은 “통영·고성 지역은 사실상 ‘황교안 마케팅’으로 선거를 치른 곳”이라며 “여기를 잃으면 일정한 타격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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