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바르게 기념하는 걸까…NCCK 신학위원회의 생각

입력 2019-04-02 15:33 수정 2019-04-02 16:58
NCCK 신학위원회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가 ‘3·1운동 100년, 우리가 바르게 기념하고 있는 것일까’란 질문을 던졌다. 100년 전 3·1운동이 그랬듯 청년과 여성 등 소외된 이들이 중심으로 올라서야 하며 단순 기념식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NCCK 신학위원회는 월간 ‘사건과 신학’을 통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의 기념 방식에 대해 논하는 글을 게재했다고 2일 밝혔다. 사건과 신학은 올해 새로 구성된 신학위원회가 온라인에 한 달 주기로 선보이는 글모음집이다. 신학위 소위원장을 맡은 양권석 성공회대 교수 등 9명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범성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삼일절을 지나는 사순절의 기도’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100번째 삼일절을 기념하며 어딘지 빈 구석의 허전함이 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교회의 부일행각이 몇 번의 만세운동 참여로 상쇄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3·1운동에 앞장선 교회의 역사만큼 친일행적에 대한 뼈아픈 회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또 “한국사회가 3·1운동 독립선언서에 나온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정신도 무시하고 있다”면서 “수많은 인종차별이 자행되고 있고, 경제적 기준으로 다른 민족을 우롱하거나 우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 주간을 지나며 기도하오니 전 인류가 함께 상생 번영해야 할 것을 말씀하시는 성령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권위는 섬김과 낮아짐의 권위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게 해주시고, 겸손함으로 아침마다 회개의 무릎을 꿇게 하시는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우리 신앙인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성석환 장로회신학대학 교수 역시 ‘폐쇄적 가족주의를 넘어 다시 광장으로’란 글에서 “3·1운동에 개신교인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과도하게 매몰되어 오늘날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한국교회 진상 외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NCCK 신학위원회 제공

송진순 이화여대 박사는 ‘밀운불우(密雲不雨)’라는 사자성어를 썼다. ‘구름떼같이 모였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사회에서 외면받는 기독교, 스스로 고립되고 분열된 교회, 세상과 유리된 신앙을 되짚어야 할 시대적 요청이 있었지만, 교인들의 참여와 연대가 빠져 한국교회의 위기극복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남기평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총무는 “청년과 여성 등 한국교회가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외쳤다.

사건과 신학은 지난달 창간호에서 ‘드라마 SKY캐슬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을 다뤘다. 양 교수는 발간 취지문을 통해 “신학은 때와 장소에 관한 물음이며 지금 여기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