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황교안 축구장 유세’ 못 막았다… 벌금 2000만원 중징계

입력 2019-04-02 15:31 수정 2019-04-02 15:5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자유한국당 창원·성산 보궐선거 후보가 지난 30일 오후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 때 경기장 안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프로축구 경남FC가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프로축구연맹 규정을 위반한 이유로 제재금 2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축구연맹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 중 정치인의 선거유세를 막지 못했다며 홈팀인 경남FC에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날 상벌위원회는 조남돈 위원장을 비롯해 허정무(연맹 부총재), 오세권(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 윤영길(한국체대 교수), 홍은아(이화여대 교수), 김가람(변호사)씨 등 상벌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 위원장은 결정문에서 “다양한 소명 자료를 통해 경남 구단이 정당 관계자들을 제지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확인했다”면서도 “해당 지역인 창원에 경기 전부터 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음에도 경호 인원을 증원하는 등의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은 구단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5층 프로연맹 회의실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후보의 경기장 내 선거 유세를 막지 못한 경남FC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당시 경기장 관중석에는 오는 3일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같은 당 강기윤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후보자가 유세를 위해 진입했다. 황 대표와 강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당명이 인쇄된 붉은 점퍼를 입고 관중석의 축구팬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기호 2번을 상징하는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당명이 적힌 점퍼를 벗어달라”고 요청했지만 황 대표만 벗었을 뿐 나머지 일행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상벌위원회는 황 대표 일행의 선거운동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경남FC가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프로연맹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프로연맹 정관 5조는 ‘연맹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선거철에는 정당명, 후보명, 기호 등이 담긴 의상과 피켓, 어깨띠, 현수막, 명함, 광고 전단을 경기장 내부에 반입하거나 내부에서 사용하는 걸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관리 책임을 지는 구단은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홈 경기,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 홈 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상벌위원회가 열리기 전 경남FC는 연맹 측에 “황 대표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입장할 때 정당명, 기호명, 후보자명이 표기된 의류에 대해 ‘반입 불가’ 규정을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내용의 소명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상벌위원회 징계가 결정되면서 구단은 자유한국당과 강 후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FC 관계자는 “구단이 프로연맹에 납부해야 할 벌금은 결국 경남도민들의 세금”이라면서 “규정에 대한 안내를 받고도 이를 위반한 강 후보가 경남도민과 창원시민, 경남FC 팬들에게 도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