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방패, 경주 월성 해자서 처음 실물로 나왔다

입력 2019-04-02 12:24 수정 2019-04-02 17:28
고구려 고분 벽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안악 3호분(357년 제작 추정)의 ‘행렬도’에는 방패를 든 사람들이 나온다. 손잡이가 없어 옆구리에 끼고 걷는 이들도 등장한다. 이처럼 그림으로만 알 수 있었던 삼국시대 1600년 전 제작된 방패의 존재가 온전한 실물로 처음 확인이 됐다.

신라의 도성인 경주 월성 해자에서 출토된 방패 모양 목제품. 왼쪽은 손잡이가 없고, 오른쪽은 손잡이가 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지난해 추진한 경주 교촌안길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결과, 해자 내부에서 4~5세기에 제작된 온전한 형태의 실물 방패(防牌) 2점과 의례에 사용된 가장 이른 시기(最古)의 축소 모형(미니어처) 목제 배 1점 등이 나왔다고 2일 발표했다.

신라 도성인 월성에서 나온 방패는 하나는 손잡이가 있고, 하나는 없는 형태였다. 모두 온전한 형태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손잡이가 있는 형태의 발견은 국내 최초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최문정 학예사는 “손잡이가 없는 방패는 경북 경산 임당 저습지에서 5세기 제작된 것이 3점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부식된 편(조각)으로만 출토돼 삼국시대 방패의 형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벽화에 나온 방패 종류가 모두 실물로 확인된 것도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방패 크기는 각각 14.4×73㎝와 26.3×95.9㎝이며 표면엔 날카로운 도구로 기하학적인 밑그림을 그려져 있다. 방어용 무기로 사용했거나, 의장용(儀裝用)으로 세워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4∼5세기 초 제작된 국내 최고(最古)의 목재 축소 모형(미니어처) 배도 나왔다. 길이가 약 40㎝로 작아 의례용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실제 배와 같이 선수(뱃머리)와 선미(배꼬리)가 분명하게 표현된 길이 준구조선(準構造船)의 형태였다. 준구조선은 통나무배에서 구조선(構造船)으로 발전하는 중간단계의 선박 형태인데 이런 유형의 축소 모형 배는 일본에서는 500여 점이 출토된 바 있다. 월성의 모형 배는 일본의 시즈오카현 야마노하나 유적에서 출토된 고분 시대 중기(5세기)의 모형 배와 유사하다. 동아시아가 준구조선 제작 기술을 이 시기에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목간 1점도 나왔다. 여기엔 소규모 부대 지휘관 또는 군(郡)을 다스리는 지방관 명칭인 당주(幢主)와 곡물 이름 언급돼 있다. 6세기 금석문(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나오는 지방관의 명칭인 당주가 목간에서 등장하기는 처음이다. 벼, 조, 피, 콩 등의 곡물이 차례로 등장하고 그 부피를 일(一), 삼(三) 등이 아닌 일(壹), 삼(參) 같은 갖은자(숫자 변경을 막기 위해 획수를 늘린 한자)로 표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