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양호 한진칼 회장이 받은 보수는 107억원이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과 횡령 등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음에도 억대 보수는 챙긴 셈이다. 총수 일가가 사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사외이사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경영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였다.
이 같은 결과는 1일 각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나온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재벌 총수들은 다수의 계열사에 재직하면서 많은 보수를 챙기고 있다”면서 “여기에 퇴직금 규정도 성과에 비해 총수가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 놨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이 지적한 대표적인 인물이 최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연임에 실패한 조 회장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를 통해 107억1815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66억원이었던 전년도보다 40억원 이상 늘었다. 대한항공에서 31억원, 한진칼에서 26억원, 한국공항에서 23억원, 진에어에서 14억원 등을 받았다. 연봉을 밝히지 않은 4개 계열사까지 합하면 총액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조 회장이 겸직한 회사 수가 줄면서 연봉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초 공시를 통해 조 회장이 한진칼·(주)한진·대한항공 등 3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코오롱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웅렬 전 회장은 퇴직금으로만 약 400억원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주)코오롱·코오롱글로벌·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벌 등 5대 주요 계열사에서 지난해 총 455억7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퇴직금은 이 중 약 86.5%인 394억4400만원이었다. 퇴직자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막론하고 가장 많은 것이다.
대한항공 주총장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을 감안했을 때 이 퇴직금은 반드시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수 일가가 사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사외이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연봉킹의 자리에 오른 것은 138억원을 받은 엔씨소프트 김 대표였다. 리니지M 흥행 덕을 톡톡히 봤다. 장·단기 인센티브가 더해져 직전 해인 2017년 62억2400만원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상여로만 120억9300만원을 받아 급여(17억2500만원)의 7배에 달했다.
주요 대기업 오너 중에서는 이재현 CJ 회장이 13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CJ와 CJ제일제당으로부터 각각 71억8700만원과 64억9700만원 등 총 136억8400만원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보수가 ‘0’이었다. 구속 수감됐던 지난 2017년 3월부터 삼성전자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 무보수라 이번 사업보고서에서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이 약 70억원의 보수를 받아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급여는 총 12억4900만원, 상여금은 56억6200만원이었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온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총 35억1000만원을 지급받았고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총 31억2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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