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보 젤리, 아디다스, 묘향관 햄버거…평양의 변화가 궁금하면

입력 2019-04-02 00:38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시글리의 기고문 사진

“북한 식탁에는 지금 일본식 회전 초밥, 중국 음식, 패스트푸드와 같은 외국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김일성대학 대학원에서 조선 문학을 전공하는 호주 청년 알렉스 시글리의 기고문이 올라왔다. 김일성대학에 다니는 유일한 호주인인 그는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변화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시글리의 기고문

시글리는 “젊은 호주인이 북한의 최고 대학인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20대의 2년을 포기한다는 말을 들으면 다소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국학자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시아 문화를 접했다. 이후 고교 시절 러시아 혁명을 공부하며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호기심은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시작됐다. 북한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같은 층 기숙사에 살게 된 시글리는 당시 북한 친구들을 만난 뒤 “북한인들은 세뇌된 사람들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며 “그들은 내 호기심을 매우 자극했다”고 언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시글리의 기고문 사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시글리의 기고문 사진

중국에서 만난 북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시글리는 지난해 4월 김일성대학에서 현대 북한 문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북한에서 학업을 이어나가게 된 시글리는 학생비자를 받아 북한에 장기체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그는 평양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전례 없는 접근권을 갖게 됐다. 그는 이를 통해 “평양의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일하고, 여유를 즐기는지에 대한 귀한 통찰력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현재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시글리는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제 자유화라는 정부 정책을 통해 적게나마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으로 외식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한 샤부샤부 음식점에서는 회전식으로 된 음식들을 손님들이 골라 먹을 수 있어 주말이면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서구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곰돌이 젤리로 유명한 하리보 젤리와 뉴질랜드산 쇠고기, 아디다스 운동복 등 수입품을 구하는 것은 북한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영어과 북한 친구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FC 소속 공격수)와 메시(FC 바르셀로나 소속 공격수)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시글리의 기고문 사진

사용하는 물건들의 질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얼마 전만 해도 상점의 종이는 거친 회색이었으나 이젠 표백된 백색 종이로 가득하다”고 했다. 또 “평양의 지하철은 게임, 영화, 뉴스에 빠진 ‘스마트폰 좀비’를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만난 북한 사람 중 스마트폰이 없는 유일한 사람은 2000년대 노키아 피처폰을 사용하는 73세의 문학론 교수님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시글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의 북한 생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또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북한의 패션을 소개하는 등 서양인의 눈으로 본 북한의 모습을 공개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강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