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투기, 대만 영공 침범 일촉즉발 대치…‘대만 해협’ 군사갈등 고조

입력 2019-04-01 17:30
바이두캡처

중국의 젠(殲·J)-11 전투기가 대만 상공을 침범해 긴급 발진한 대만 전투기와 대치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이 해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사실상 정례화하자 중국이 이에 맞대응하는 차원의 조치로 보인다. 미국은 또 대만에 전투기 60대를 판매키로 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어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1일 연합보와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이쉬 공군기지에서 중국 공군 젠-11 전투기 4대가 이륙해 31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 펑후섬 부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비행을 했다.

이에 대만 공군은 초계 비행 중이던 경국호(IDF) 2대를 긴급 파견해 경고 통신을 했고, 4대의 젠-11 전투기 중 2대는 바로 복귀했다. 하지만 나머지 2대가 10여분 동안 불응하고 대만 상공에서 대치하면서 대만의 F-16 4대가 추가로 발진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젠-11 전투기는 대만 본섬에서 불과 약 100해리(약 185㎞) 정도 떨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군 당국은 펑후 지역의 톈궁 미사일 부대와 지상부대 뿐 아니라 대만 본섬의 톈궁과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에 긴급준비태세 명령을 내렸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전투기의 상공 침범을 도발행위라며 강력 규탄했다.

황충옌 총통부 대변인은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지역 안전에 대한 고의적인 도발”이라며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군에게 국가 안보를 위해 각종 전투태세 임무를 차질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만 대륙위원회도 올해 초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만 통일’ 발언 이후 대만 정계와 군에 대한 공세 강화로 통일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함.위키피디아

앞서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과 연안경비대 소속의 버솔프 경비함이 지난 24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강행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돼 왔다.

미 국방부는 성명에서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인도·태평양의 항행 자유와 개방에 대한 미국의 다짐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어느 곳에서든 비행과 항해,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미 해군은 1년에 한 차례 정도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수행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빈도를 높이고 있다. 미 해군 함정은 지난해 7월, 10월, 11월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올들어서는 1월 24일, 2월 25일, 3월 24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월말 통과 작전’으로 정례화하는 분위기다. 미군은 10여년만에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투입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또 F-16 최신 전투기 기종의 대만 판매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록히드 마틴사의 F-16Vs 전투기 60대를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사전 허가했으며 이 같은 대량 판매는 1992년이후 처음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전투기 60대를 대만에 투입한다고 해도 중국과의 전력이 비슷해지는 건 아니지만 미국이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를 계속 지지한다는 확고한 의지 표현이어서 중국에 정치적으로 충격이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대만에 방어용 무기 외에 공격용 무기판매는 않았기 때문에 이번 F-16 전투기 판매는 미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의 군사전문가인 우샹수는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