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FC가 엉뚱한 불똥을 맞았다. 정치권에서 날아든 불티가 경기장으로 날아들었다. 구단주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된 데 이어 자유한국당이 4·3 보궐선거 장내 유세를 펼치면서 경남 FC는 다시 정치판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같은 당 강기윤 후보는 경남 FC와 대구 FC의 K리그 4라운드가 열린 지난 30일 경남 창원축구센터 관중석을 방문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제시한 규정에서 선거 입후보자가 개별적으로 티켓을 구입해 경기장에 입장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경기장 안에서 정치적 문구가 새겨진 의상을 입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다. 정당명, 후보명, 기호, 번호 등이 적힌 피켓, 어깨띠, 현수막, 명함, 광고지를 노출하거나 배포할 수 없다. 두 단체의 상급 기관인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장내에서 발생하는 정치·민족·종교적 선전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황 대표와 강 후보는 이 규정을 위반했다. 경기장을 찾았던 7000여명의 경남 시민들을 만나면서 모두 붉은 점퍼를 입었다. 두 점퍼에 모두 한국당 당명이 적혀 있었다. 강 후보의 점퍼에는 자신의 이름과 선거기호가 들어갔다. 두 사람은 장내 관중석을 다니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유세를 펼쳤다.
연맹은 상황을 인지한 후 경남 FC 측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1일 경기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검토 중이다. 황 대표의 유세 과정에서 경남 FC의 과실이 인정되면 경남은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이나 무관중 홈경기, 2000만원 이상 제재금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경남 FC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경남 FC는 K리그1 개막전 승리 후 2무 2패를 기록하며 4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이날 대구 FC를 상대로 2대 1로 승리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기회를 만들었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발생했다. 승점 10점 감점 위기다. 부진한 흐름을 겪고 있던 경남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남 FC의 전 구단주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였다. 2014년 경남 FC가 K리그1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K리그2(2부리그) 강등이 유력했을 때였다. 당시 구단주였던 홍 전 지사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신의 SNS에 “2부리그로 떨어지면 구단운영을 하기 힘들다”며 구단 해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분위기가 침체돼있는 경남 FC는 홍 전 지사의 한마디에 무너졌다.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부진을 반복하다 결국 K리그2로 강등됐다. 2015년 안종복 전 이사의 심판 매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며 연맹 설립 뒤 처음으로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경남과 정치권의 악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2017년 K리그2 우승을 거둬 승격하고 2018년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며 해체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외부에서 문제가 터졌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였다. 구단주가 사라졌으니 예산과 행정 지원 과정에 있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됐다 하더라도 추경이나 후원사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행정부지사가 김 지사를 대신해 구단주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사가 건재한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경남 FC는 황 대표와 강 후보의 규정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연맹 관계자는 “정황상 경남 구단에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원칙대로 조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상황을 자세히 파악한 뒤 상벌위원회 결과에 따라 징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