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이 특별한 변화를 시도했다. 선수단을 바꿨다. 레알은 1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우에스카와 2018-2019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 홈경기에서 3대 2로 역전승을 거뒀다. 힘겨운 1점 차 승리였지만 선수단 로테이션 가동과 함께 다양한 전술적 변화가 시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지단 감독은 공격과 수비, 중원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그간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던 선수들을 선택했다. 마르셀루와 세르히오 라모스, 나초 페르난데스와 산티아고 오드리오졸라가 4백에 나섰고 다니 세바요스, 마르코스 요렌테, 이스코가 중원에 포진했다. 전방에는 가레스 베일과 카림 벤제마를 비롯해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브라질산 유망주 브라힘 디아즈가 나섰다. 지단 감독의 둘째 아들이자 3 옵션 골키퍼인 루카 지단은 10개월 만에 골키퍼 장갑을 낄 수 있었다.
선수 기용폭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은 지단 감독의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12일 셀타비고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선발 명단이 무려 5명이나 바뀌었다. 중원의 핵심과도 같던 루카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가 빠졌다. 마르코 아센시오와 라파엘 바란, 헤일러 나바스도 벤치에서 대기했다. 지단 감독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던 구관들을 한 경기 만에 대거 제외한 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3월 A매치 데이 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선발뿐 아니라 교체 자원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지단 감독이 지난 ‘1기’ 시절 조커 카드로 기용했던 루카스 바스케스를 비롯해 신예 공격수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뒤를 이어 ‘7번’을 물려받은 마리아노 디아즈를 투입했다. 마리아노는 전임 감독 산티아고 솔라리 체제에서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며 철저히 전력에서 배제됐던 선수다. 지단 감독 복귀와 함께 오랜만에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지단 감독이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임 두 경기 만에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선수들을 다양한 옵션으로 활용했다.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유연한 맞춤 전술을 선호하는 지단 감독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이번 경기는 매우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로테이션 정책을 선호하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선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보수파’로 분류되던 지단 감독이 변했다. 지난 두 경기에서 전혀 다른 대형을 꺼내 들며 자연스러운 선수단 내에서의 주전 경쟁을 유도했다.
이스코, 세바요스, 벤제마의 연속골로 3대 2 승리를 거둔 레알은 오는 4일 발렌시아CF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과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레알에 남은 일정은 프리메라리가 9경기뿐이다. 이스코를 다시 중용하고 아들 루카를 기용하는 등 빠르게 자신의 색을 입혀가기 시작한 지단 감독의 시선은 벌써 다음 시즌을 가리키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