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해리 케인, 빼지 못하는 포체티노

입력 2019-04-01 11:10 수정 2019-04-01 11:33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해리 케인이 1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리버풀과 가진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에서 공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의 몸 상태가 심상찮다.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다녀온 국제축구연맹(FIFA) 3월 A매치에서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이더니 부진은 소속팀에서까지 이어졌다. 케인의 침묵과 함께 토트넘은 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가진 2018-2019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에서 리버풀에 1대 2로 패했다.

케인은 최전방 투톱 공격수로 나서 공격을 이끌었다. 케인의 파트너로 나섰던 선수는 3월 FIFA A매치 휴식기를 충분히 취한 루카스 모우라였다. 경기 초반 케인과 모우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가져갔다. 케인은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 비교적 고정돼 있는 반면, 모우라는 왼쪽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모우라를 활용해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 중앙에서 활용하는 케인에게 조금이나마 자유를 주려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계산이었다.

토트넘은 역습 위주의 실리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포체티노 감독이 초반만큼은 점유율을 중요시하는 자신의 철학을 포기했다. 직선적인 역습 위주의 플레이를 지시했다. 양측 풀백들 역시 과감한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상당히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했다. 역습 과정에서 모우라의 활약은 훌륭했다. 20여 일간 휴식을 취하며 상당히 몸이 가벼운 모습이었다.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마무리를 맡았던 케인은 달랐다. 상대 수비 블록에 갇혀 공간을 제대로 찾아 들어가지 못했다. 전방에서 고립되는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찰나의 순간이 한 시즌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 케인의 몸이 많이 무거워 보였다. 케인에게 향하는 공은 상대 중앙 수비수 버질 반다이크에게 잇따라 차단당했다.

모우라는 수비로 전환할 때 하프라인 아랫선까지 내려왔다. 중원 싸움에 좀 더 힘을 내기 위해서였다. 토트넘은 수비상황에서는 순간적으로 4-5-2 포메이션의 케인 원톱체제로 변환됐다. 케인이 아니라면 지공 상황에서 세밀한 볼 전개가 통해도 배후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할 선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케인의 부진이 토트넘에 치명적인 이유였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해리 케인이 1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리버풀과 가진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에서 상대 수비수와 공을 경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케인에게 향하는 중앙 크로스의 질도 좋지 않았다. 상대 윙백들인 알렉산더 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의 오버래핑 타이밍이 워낙 훌륭했다. 토트넘 윙백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로 시작되는 크로스도 좋지 못했다.

토트넘은 한 골의 열세가 후반까지 이어지자 결국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손흥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우라가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케인과 투톱으로 나섰다. 케인은 부진을 의식했다. 전반보다 중원으로 공을 받으러 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후반 25분 세트피스를 빠르게 전개하며 모우라의 만회 골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던 중 행운의 여신은 리버풀의 손을 들어줬다. 후반 45분, 토트넘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의 헤딩슛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케인은 고개를 숙인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의 축 처진 어깨가 유독 부각됐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 시점과 케인이 부상 복귀한 때가 정확하게 겹친다. 토트넘이 리그에서 마지막 승리를 거둔지는 50여 일 전으로 올라가야 한다. 지난 2월 10일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어 레스터 시티를 3대 1로 꺾었을 때다. 이후 5경기를 치르며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권 확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6위 첼시(승점 60)와의 승점 차는 단 1이다.

토트넘은 지금의 선수단을 바탕으로 챔피언스리그와 남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이달 3번 맞붙는다. 어려운 상황이다. 케인이 제 몫을 할 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