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대학교에서 ‘레깅스 시위’가 벌어졌다. “학내 레깅스 차림을 자제해달라”는 어느 남학생 어머니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BBC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노트르담대 신문 25일자에 아들만 4명을 둔 어머니인 마리안 화이트가 쓴 ‘레깅스 문제’(The legging problem)가 실렸다.
화이트는 지난해 가을 아들과 함께 학교에 방문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짧은 상의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레깅스를 신은 여학생이 많아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화이트는 “매우 놀라운 광경” “그들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등의 표현을 썼다.
그는 “나는 그들의 벌거벗은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며 “젊은 남성이 레깅스 입은 여성을 무시하는 것은 어렵다. 여학생들이 다음에 쇼핑을 갈 때는 아들을 가진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청바지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노트르담 여학생들이 유행하는 옷을 입지 않고 트렌드를 이끄는 여성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화이트는 “이 문제는 여학생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며 “타인의 시선도 존중해야한다. 대다수는 벌거벗고 다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깅스 입은 여학생을 소름 끼치게 바라보는 비도덕적인 남자(unsavory guys)와 너를 보는 것을 피하려고 모든 짓을 해야 하는 근사한 남자(nice guys) 모두 나를 속 타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신문이 발행된 후 큰 파장이 일었다. 학생들은 이날을 ‘레깅스 프라이데이’로 선포하고,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학생이 캠퍼스에서 자랑스럽게 레깅스를 입으라고 장려했다. 이들은 SNS를 통해 레깅스 착용 사진을 올리며 ‘레깅스데이 노트르담’(leggingsdayND)이라는 해시태그를 걸었다. 이날 1000여명의 학생이 동참했다.
한 학생은 “화이트는 남성의 부적절한 행동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렸다”며 “여성의 취향은 강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레깅스를 입은 것이 남성들이 내 몸을 성적으로 바라봐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학생 역시 “여성들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고 응원했다.
다른 학부모인 헤더 피코네는 공개서한을 통해 “화이트의 아들들은 해변에서 셔츠를 벗은 적이 없느냐”며 “그의 논리대로라면, 화이트는 자신의 아들들이 자신들의 몸으로 내 딸을 유혹하지 않도록 키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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