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88)] 명예훼손⑱ 보험회사가 소송에 쓰일 증거를 몰래 확보하였다면?

입력 2019-04-01 10:00

A는 교통사고의 피해자로, 가해자의 보험회사인 B가 제대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소송 중이다. 그런데, B는 A가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직원인 C에게 A의 사진을 몰래 촬영하거나 미행하라고 지시하였다.


소송을 하다보면 증거가 매우 중요합니다. 보험회사는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증거를 수집하더라도 법을 지켜야 함을 당연하지요.

우리 법은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초상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재산적 이익, 사람이 자기의 얼굴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어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또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란,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않을 법적 이익을 뜻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된다면 불법행위가 됩니다. 물론 우리 법에서 무제한적인 권리는 인정되기 어려우며,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안에서 A는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B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B는 소송에서 진실을 밝혀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는 이익, 부당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여 전체적인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을 수 있는 보험가입자들의 전체적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A와 B 모두에게 이익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B가 주장하는 이익이 반드시 A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한쪽 당사자는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자유의 이익이 있고, 상대방은 그와 다른 이익을 가지고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어떤 이익을 가지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하여, 상대방의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자유의 침해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허윤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전),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재심법률지원 위원,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법률고문,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딜로이트 컨설팅, 쿠팡, 국민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JTBC, 파이낸셜뉴스, Korea Times 등 자문.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