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피해자 가족을 희화화한 만평으로 2000만원을 배상하게 된 만화가 윤서인씨가 31일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법원에서 명령한 것과 다소 다른 사과문 내용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윤씨는 이날 새벽 “저는 2018년 2월 23일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동자로 알려진 김영철이 정부의 환대를 받으며 초청된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국민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의 실제 피해자 가족을 연상시킬 수 있는 ‘조두숭’을 소재로 비유한 웹툰을 그렸다. 상기 웹툰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드리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의 조정안과 다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9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지에 따르면 법원은 윤씨에게 “‘저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소재로 삼는 내용의 웹툰을 그려 해당 웹툰이 인터넷신문 미디어펜에 게시되었습니다. 웹툰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드리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표시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 관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윤씨가 그린 만평은 ‘조두숭’이라는 성폭행범이 피해자 자택에 찾아가는 장면을 담고 있다. 조두숭은 2008년 12월 당시 8세였던 여아를 강간 상해한 흉악범 조두순을 그린 등장인물이다. 윤씨는 이 만평이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사과문에서도 ‘김영철이 초청된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라는 문구를 넣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윤씨와 해당 만평을 게시한 인터넷매체 미디어펜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정기일에서 피해자 측에 ‘사과문 게시 및 금전 배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주된 조정 내용은 윤씨와 미디어펜이 온라인상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특히 윤씨는 웹툰이나 동영상 등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자와 가족들을 언급하지 않는 것 등이다. 윤씨와 미디어펜은 피해자 측에 각 2000만원도 지급해야 한다.
앞서 피해자 측은 지난해 5월 31일 윤씨와 미디어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으나, 이번 민사조정이 성립되면서 취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