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축구를 풍미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선수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연패를 이뤄낸 거대 클럽의 수장도 자식 이야기에 작아지는 아버지일 뿐이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탑 지네딘 지단 얘기다.
지단 감독은 31일 SD우에스카와의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주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부상이 발표된 후였다. 쿠르투아는 허벅지 염증으로 결장이 확정됐다. 여러 질문을 받던 도중, 아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지단 감독의 둘째 아들 루카 지단이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루카는 레알 마드리드의 1군에서 쿠르투아, 헤일러 나바스와 함께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아들 질문을 받은 지단 감독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단 감독은 멋쩍게 미소 지으며 빠르게 넘겼다. “루카는 레알의 3 옵션 골키퍼다. 경기에 나올지는 내일 확인해보면 알 것이다”고 웃으며 답했다.
지단 감독은 지난 17일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셀타비고를 2대 0으로 꺾은 직후 골키퍼 운영 방안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나바스는 매우 훌륭한 골키퍼다. 그를 오늘 투입한 이유다. 쿠르투아도 경기에 나설 것이다. 레알은 최소 두 명의 골키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키퍼 경쟁체제를 예고한 것이다.
두 골키퍼를 칭찬하면서도 자기 아들을 빼놓지 않았다. “루카도 있다. 3명 모두 좋은 골키퍼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루카 역시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은근하게 강조한 것이다.
루카는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마지막 경기였던 비야레알전에서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2실점을 내주며 2대 2로 무승부를 기록, 불안한 장면을 수차례 연출했다. 당시 그는 “나는 지단이 아니라 루카”라며 지단 감독을 아버지로 둔 부담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지단의 장남 엔조 지단 역시 같은 이유로 본명이 아닌 ‘엔조 페르난데스’라는 선수명을 가지고 활동 중이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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