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 땅콩 서비스 전면 중단…“알레르기 승객 위해”

입력 2019-03-31 15:52
대한항공이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내식 땅콩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

대한항공. 뉴시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부터 스낵으로 제공해온 땅콩 제품 서비스를 중지하고 크래커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대한항공의 마닐라행 KE621 항공편에 탑승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취해졌다.

땅콩 알레르기는 항공산업의 주요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인천~마닐라행 항공편에 탑승하지 못했던 승객은 인천까지 타고 왔던 델타항공 항공기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았다. 델타항공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항공사에 미리 알리면 땅콩이 포함된 기내식을 전면 중단하고 사전에 좌석을 미리 청소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기와 좌석에 남아있을 땅콩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일본 ANA항공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으며, 미국 저가항공사인 제트블루는 알레르기 고객 주위에서 땅콩 취식을 제한하는 완충지대를 제공한다.

땅콩.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땅콩을 ‘알레르기 반응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8개 식품 중 하나’로 규정했다. FDA에 따르면 땅콩 알레르기로 두드러기, 발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심각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음식 알레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매년 150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병원에 입원한다. 땅콩 알레르기는 가루와 냄새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어 기내에서 다른 승객이 땅콩을 먹는 것으로도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땅콩 알레르기로 생명을 위협받는 승객의 사례가 계속 생기자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땅콩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기내식을 없애고 땅콩을 제공해온 미국 사우스웨스트(LUV) 항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땅콩을 기내 서비스에서 제외했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 등 미국 항공사뿐 아니라 콴타스항공, 에어 뉴질랜드, 브리티시 항공도 땅콩 간식 제공을 중단했다. 지난해 4월 싱가포르 항공 또한 땅콩 기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땅콩 제품 및 땅콩 식재료 서비스 중단 결정은 땅콩 알레르기 승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에게 땅콩이 들어가지 않은 기내식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있지 않았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