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경기장서 손가락 2를…’ 황교안 지침 위반 논란

입력 2019-03-31 14:53 수정 2019-03-31 14:5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K리그 창원 경기장에서 선거운동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정당 이름이 적힌 붉은색 재킷 차림으로 손가락으로 ‘2번’을 만들어 연호했는데 이는 프로축구연맹의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동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경남FC-대구FC전에서 경기장에 들어와 선거 유세를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당명이 적힌 옷을 입고 후보의 기호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연호하는 행동 등은 프로축구연맹이 제시한 ‘경기장 내 선거 운동 관련 지침’을 위반하는 행위다. 유튜브 ‘오른소리’ 채널 영상 캡처. 일부 모자이크

31일 인터넷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황 대표가 전날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경남FC-대구FC전에서 한 행동을 지적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창원축구센터를 찾은 황 대표와 강기윤 후보 등은 경기장 안팎에서 축구를 보러온 수천 명의 시민들을 상대로 활발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황 대표와 강 후보 등은 경기 시작 전 경기장으로 들어와 손가락으로 ‘2’자를 만들어 보이는 등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는 연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행위다.

연맹이 지난해 9월 공지한 ‘경기장 내 선거 운동 관련 지침’의 경기장 내 금지사항을 보면 △정당명, 후보명, 기호, 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 착용 금지 △정당명, 후보명, 기호, 번호 등이 적혀 있는 피켓, 어깨띠, 현수막 등 노출 불가 △정당명, 후보명, 슬로건, 기호, 번호 등이 적혀 있는 명함 및 광고지 배포 금지로 돼있다.


경기장 밖에서는 선거유세가 가능하다. 하지만 연맹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경기장 안에서 선거 운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연맹은 이를 어기는 구단을 상대로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홈경기, 연맹지정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경고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이 적힌 붉은색 재킷 차림으로 경기장 안에 들어와 관중을 향해 손가락으로 ‘2’를 만들어 보이거나 손을 흔들었다. 황 대표와 함께 경기장으로 들어온 강 후보는 ‘국회의원 2 강기윤’이라고 크게 적힌 붉은색 재킷 차림으로 연신 손바닥을 흔들며 선거 유세를 벌였다.

‘스포츠니어스’의 보도에 따르면 경남FC 구단은 한국당에 선거운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경남 구단 측은 “경호원이 (경기장 진입을) 제지했지만 (한국당 측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밀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또 구단 직원들이 한국당 선거 유세 현장을 따라가면서 “의상이라도 벗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당 측은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연맹 측은 구단에 대한 징계 여부를 고심 중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일단 구단 측은 경기장 내 선거 운동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파악했다. 징계위원회를 열지 말지, 구단을 지침대로 징계할지 말지 등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