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의 대표팀 일정, 발렌시아에선 독 됐나

입력 2019-03-31 13:53
이강인이 22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벤치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이 소속팀 스페인 발렌시아의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벤치에도 앉을 수 없다. 31일 세비야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다. 이강인은 26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마치고 곧바로 27일 스페인 발렌시아로 향했다.

대표팀 일정이 독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가 끝난 직후라 대표팀 일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으로서는 대안이 충분한 상황에서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까지 거친 이강인을 소집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왕복 비행으로 여독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했다.

이강인은 31일 라리가 발렌시아-세비야전에 결장한다. 사진은 발렌시아의 세비야전 엔트리. 발렌시아 구단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 발렌시아 지역지는 27일 보도에서 이강인의 비행 거리에 대해 조명하기도 했다. “비록 출전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에 집중하기 위해 2만km의 왕복 비행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지난달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출전 여부와 관련해 기회를 주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 “주전 자격을 증명한다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우리 팀이 17세의 어린 선수가 연달아 경기에 나설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발렌시아는 시즌 종료까지 잔여 경기가 10게임 남은 상황에서 승점 40점을 기록, 프리메라리가 7위에 위치해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 헤타페(승점 46)와의 격차는 6점. 추격 사정권에 있다. 갈 길이 바쁜 만큼 매 경기 최상의 전력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 마르셀리노 감독의 설명이다.

이강인의 마지막 출전은 40여 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군 승격 후에는 지난달 22일 스코틀랜드 셀틱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교체로 나와 15분가량을 소화한 것이 전부다.

지금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할 경우 발렌시아를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다음 시즌 세군다리가(2부리그)에서 승격이 유력한 오사수나와 그라나다,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 5위에 머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포르티보 알라베스가 이강인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