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벤츠에 치여 숨진 엄마의 마지막 카톡… ‘엄벌 호소’ 청원 20만 돌파

입력 2019-03-30 18:18

음주운전 차량에 어머니를 잃은 딸의 호소가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딸은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고, 이제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8일 딸 유모씨가 올린 ‘어머니를 살해한 음주운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30일 기준, 동의자수 20만명을 넘겼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서는 각 부처·기관의 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가 답변하게 된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 1심 선고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그마저도 항소 중이다. 유씨는 “더는 상식적인 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듯해 국민 여러분에게 도움 요청하고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의 어머니(55)는 지난해 10월 3일 오전 2시 10분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경인고속도로 서울 방향 12.6㎞ 지점에서 만취 상태인 A씨(35)가 몰던 벤츠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93%로 조사됐다.

유씨는 “끔찍한 사고로 엄마는 늦은 퇴근길 가족 아침거리로 준비했던 닭갈비 재료를 뒤집어쓴 채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사망했다”며 “가해자는 팔에 경미한 골절 외상만을 입은 채 멀쩡히 차에서 걸어 나왔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가해자는 사법체계를 우습게 보고 있다”며 “사건 발생 5일 후 장정 넷을 대동해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곤 기계적인 자세와 목소리로 형식적인 사과를 읊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람이 본인의 편의를 위해 다시 음주운전 하는 것을 두려워할지 의문”이라며 “이러한 재판 결과를 보는 잠재적 음주 운전자들은 과연 처벌을 두려워하겠느냐. 초·재범 방지 차원에서 더욱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 당일 어머니와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어머니는 유씨에게 “딸, 좋은 아침. 영어로 소중한 내 인생(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줘~”라고 보냈다. 딸은 “My precious life”라고 답했다. 이후 어머니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My precious life~☆’로 바뀌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