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하노이 회담 빅딜문서 입수…사실상 리비아 모델 요구

입력 2019-03-30 14:24 수정 2019-03-30 14:2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월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의 핵무기와 핵연료를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를 입수해 내용 일부를 단독 공개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정리한 이 문서에는 “북한이 핵 인프라, 생화학전 프로그램과 관련 기술,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 등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핵무기와 핵연료 이전 이외에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와 국제 사찰단 방문 허용, 핵 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과 신규 시설 건설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와 기술자의 활동을 상업적 분야로 전환 등 미국의 4가지 요구 사항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한글과 영어로 각각 작성된 이 문서 가운데 영어 문서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달 초 폭스뉴스 등 언론 인터뷰에서 이 문서의 존재를 언급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이 문서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담은 ‘빅딜 문서’를 김정은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 빅딜 문서의 구체적 문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이 문서는 볼턴 보좌관이 고수해온 ‘리비아 모델’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볼턴 보좌관은 2004년부터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일괄타결식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리비아 모델이 패전국에나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거부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안이 김정은에게 모욕적이고 도발적으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갑작스럽게 결렬된 이유를 추측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