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친 뒤 욕설 내뱉은 은행 부지점장…블랙박스에 담긴 진실

입력 2019-03-30 07:50 수정 2019-03-30 07:58
방송화면 캡처


음주운전으로 환경미화원을 치고 달아난 시중 은행 부지점장의 사고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부인한 이 부지점장은 사고를 낸 뒤 욕설을 내뱉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는 사고로 인해 부서진 사이드미러를 살펴보기도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10시쯤 관악구 낙성대 공원 인근에서 환경미화원 한모(54)씨를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시중은행 모 지점 부지점장 박모(52)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고 당시 박씨의 블랙박스 영상과 CCTV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 박씨의 차량은 차선을 넘나들며 밤거리를 달리다 경고 표지판을 들이받는다. 갓길에 서 있는 환경미화 차량과 환경미화원을 잇달아 부딪힌다.

그러나 박씨는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린다. 환경미화원을 친 순간엔 “아이 XX놈. 아휴 XX놈” 이라며 욕설까지 내뱉는다. 이후 박씨는 자신의 집 주차장에선 사고로 인해 부서진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살펴보기도 한다.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은 17m나 튕겨 나가면서 머리를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환경미화원은 이틀 만에 숨졌다. 경찰은 차에서 떨어져 나온 사이드미러를 발견하고 가해 차량을 추적한 끝에 사고가 난 지점에서 1.4㎞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박모씨를 발견,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졸음운전을 했고 사람을 친 줄 몰랐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블랙박스와 주차장 CCTV 영상에 담긴 사고 당시 모습 때문에 박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가 사고 충격으로 꺾어진 사이드미러를 고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며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