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매서 마그리트 작품 첫 낙찰… ‘사이렌의 노래’ 72억원에 팔린 이유는

입력 2019-03-29 19:15 수정 2019-03-30 00:48
“4800만”
“4900만”
“5000만 홍콩달러, 5000만 홍콩달러. 더 없습니까. 땡. 네. 낙찰됐습니다.”
29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르네 마그리트 '사이렌의 노래'가 5000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29일 홍콩 센트럴 퀸즈로드 H퀸즈 빌딩 내 서울옥션 홍콩 전시장 SA+. 제28회 서울옥션 홍콩 경매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경매사 제한추가 낙찰을 알리는 망치를 두드리자 ‘와’ 탄성이 흘러나왔다.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 ‘사이렌의 노래'(1953년)가 5000만 홍콩달러(72억4700만원)에 낙찰되는 순간이었다. 구매 수수료 18%포함 시 낙찰금액은 85억5200만원이다.

“참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아시아 경매시장에서 르네 마크리트 그림이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경매사 제안추가 시작가 2400만홍콩달러(34억7000만원)에서 부른 경매 호가는 금세 4000만 홍콩달러를 넘어섰다. 막판 경합자가 2명으로 좁혀지면서 장내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그리트가 55세에 그린 이 작품은 모자를 쓴 남자가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을 그린 8호 짜리(46×38㎝) 유화다. 소품이지만 작가의 자화상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최윤석 상무는 “(아시아 컬렉터 사이에서) 아시아미술을 넘어 서구미술로 관심이 확대되며 수요가 생겨나는 시점에서 마그리트 그림이 첫선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가 확실한 점도 경합이 심했던 이유로 분석이 됐다. 마그리트 작품의 낙찰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경매 회사 이미지를 심는데 한발짝 더 나아간 서울옥션은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1840∼1926) ‘라바크루의 센 강변’(1878년)은 2500만 홍콩달러(약36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마그리트 작품과 마찬가지로 2400만홍콩달러로 시작했으나 크게 경쟁이 붙지는 않았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총 5점이 나왔는데, 100호짜리 유화 ‘바람으로부터(From Wind)’는 유찰됐다. 추정가는 9억원∼12억원이었다. 바람 시리즈의 초기작으로 시작가가 높았던 것이 유찰 이유로 분석됐다. 통상 100호짜리는 6억원정도에 거래됐다.

이날 경매에서는 김환기, 쿠사마 야요이, 백남준 등 국내외 대표작가의 작품 총 49점이 나와 38점이 낙찰됐다. 낙찰총액 9475만4000홍콩달러(약 137억3400만원), 낙찰률 77.55%였다. 홍콩=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