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민자 나가라” 테러에도 이민자 늘었다…추모제서도 포용력 빛나

입력 2019-03-29 17:48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테러를 추모객들이 29일(현지시간) 크라이스트처치 해글리파크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뉴시스

뉴질랜드 이슬람사원에서 이민자를 노린 테러가 발생해 50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테러 이후 오히려 이민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테러 이후 뉴질랜드 사회가 보여준 포용력이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질랜드 이민국에 따르면 뉴질랜드 이민 희망 신청 건수는 지난 15일 테러 발생 이후 6457건에 달했다. 테러 이전 10일 동안 신청 건 여러 명 4844건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8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뉴질랜드 이민을 신청한 경우는 테러 이전 674건이었으나 테러 이후 1165건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영국의 이민신청도 505건에서 753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테러의 표적이 됐던 무슬림 국가의 이민 신청이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파키스탄은 65명에서 333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이번 테러로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9명이 목숨을 잃었다.말레이시아도 67건에서 165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크라이스트처치 해글리파크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복장을 입은 채 무대에 들어서고 있다. AP뉴시스

뉴질랜드 정치권이 발 빠르게 총기 규제안을 내놨고 국민들도 이슬람 문화 등 다양한 문화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인들과 이슬람 이민자들에게 신뢰감을 줬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해글리 파크에서 29일 이슬람사원 테러 추모행사가 열렸다. 추모행사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저신다 아던 총리와 외교사절, 시민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테러 발생 2주 만에 3번째 열린 이 날 추모행사는 무슬림 포용과 화합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역의 무슬림 커뮤니티 대표 샤가프 칸은 이번 총격 테러 참사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 대응에 찬사를 보내며 “근본적으로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칸 대표는 “이 증오 이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눴나? 또 얼마나 많은 빛이 퍼졌나?”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추모제에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앗살람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에게)’라고 인사를 건넨 아던 총리는 “우리는 모두 증오와 두려움 등의 바이러스에 면역돼 있지는 않다”며 “하지만 우리는 바이러스를 치유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는 극단주의가 극단주의를 낳는 악순환에 빠져 있지만, 그에 대한 답은 바로 우리의 인간성 회복에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