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지난해 하반기 ‘1억8700만 달러 순매도’

입력 2019-03-29 17:46 수정 2019-03-29 17:57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에서 1억8700만 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외화 보유액이나 경제 규모에 비해 순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마찰 가능성도 없을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 행위를 통해 고환율을 유지해 왔다고 의심했지만, 오히려 매도액이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외환 순거래 규모가 -1억8700만 달러라고 29일 밝혔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급등이나 급락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을 매입·매도하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순거래액은 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뺀 금액이다. 다시 말해 외환당국이 이 기간에 외환 현물시장에서 사들인 달러보다 판 달러가 1억8700만 달러 더 많았다는 뜻이다. 순거래액만 공개하기 때문에 총매수와 총매도 규모는 알 수 없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한국의 외환시장 거래액 규모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순거래액 규모는 미미한 편”이라며 “그만큼 한쪽으로 쏠린 개입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달러 전일 대비 변동률은 0.37%에 불과해 주요국 평균인 0.52%보다 낮았다. 그만큼 원/달러 외환시장이 안정적이었다는 의미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5월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외환시장 순거래액 규모를 공개하기로 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 내역을 공개하고 있었고, 미국도 환율보고서에 한국을 ‘환율조작국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압박을 가하던 상황이었다.

이번 공개로 한국이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의구심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기준 중 하나는 달러 순매입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지 아닌지다. 이번에 공개된 1억8700만 달러라는 액수는 이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매도액이 더 컸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 외환당국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미국은 특정 국가가 달러를 매수해 자국 화폐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정 국가에서 고환율이 지속하면 해당 국가에서 미국 상품의 가격이 높아지고, 미국에 수입되는 그 국가 상품의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무역 수지상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반기(6개월)별로, 3분기부터는 분기별로 외환시장 순거래액 규모를 공개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개입 내역은 9월 말에 공표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