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확인된 북한 철도 노후화, 일제 시대 교량, 30~50㎞, 균열, 누수…

입력 2019-03-29 18:01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린 지난해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하고 있다. 판문역=사진공동취재단

통일부는 29일 “경의선, 동해선 모두 시설·시스템 분야 전반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 철도 북측구간 공동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경의선 구간(개성~신의주·413.9㎞)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동해선 구간(금강산~두만강·777.4㎞)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북측 구간의 노후화는 상당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육안과 휴대용 측정 장비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경의선 구간은 시속 30~50㎞ 정도밖에 낼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특히 일부 교량은 경의선 건설 당시 지은 시설을 그대로 유지해 운영했다.

조사에 참여한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10년 전에 세워진 일부 교량에 대해 “경의선이 처음 만들어질 때 (일제가) 세운 것”이라며 “지난해 착공식 때 해당 구간은 걷는 수준으로 굉장히 천천히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심히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철도의 핵심인 궤도시설도 전체적인 노후화가 확인됐다. 열차진동도 심했다. 특히 개성에서 사리원구간은 마모 및 침목 부식이 심각했다. 다만 평양 이북지역은 화물열차 등의 운행이 많아 비교적 양호했다.

조사단이 살펴본 5곳의 터널은 누수가 다수 발견됐으며 바닥면 배수불량, 내벽의 부실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동해선 구간도 경의선 구간과 유사하게 노후화가 심각했다. 대부분 시속 40㎞ 이하로 운행해야 했다. 궤도의 전반적인 노후화, 터널 균열 등이 발견됐다.

남북 철도 공동 조사단이 지난해 12월 15일 북한 동해선 나진 혼합궤 구간을 살펴보고 있다. 통일부 제공

통일부가 이날 함께 발표한 ‘2018년 경의선 현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평양 고속도로 곳곳에서도 노후화와 균열이 발견됐다. 사리원~개성 구간에서는 교량의 시공 상태가 불량한 것도 확인됐다. 북측의 전반적인 도로 상태도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육안 조사가 위주였던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북은 추가 정밀 조사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대화는 물론 남북 관계도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추가 조사에 대한 남북 간 협의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정밀 조사 계획이 당장은 전혀 없다”며 “추가 정밀 조사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 남북 간 협의에 들어갈 계획은 없고, 향후 상황과 각종 제반 여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과 북·미 대화가 경색 국면에 빠지면서 추가 정밀 조사는 남북 간 협의조차 더딜 것으로 보인다. 착공식을 지난해 개최했지만 실질적인 공사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철도·도로 공동 조사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및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사항이었다. 지난해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우리 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